코로나 이후 더 심각해진 기후위기 대처를 위해선 경제 성장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야 하며, 교회가 지역에서 주민들과 공공재를 풍요롭게 나누는 대안사회의 기능을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기후위기 기독교 신학포럼은 22일 온라인 플랫폼 줌에 모여 ‘탄소중립 정책과 기독교의 과제’를 주제로 2022년 1차 정기포럼을 열었다. 전철 한신대 신학대학원장이 좌장으로 발제와 토론을 이끌었으며,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이 ‘차기정부 탄소중립 전망 및 쟁점’을, 이상헌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가 ‘탄소중립과 탈성장 논의’를, 신익상 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교수가 ‘한국교회의 탄소중립과 생태신학’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부소장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화석에너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소 줄었다가 2021년 곧바로 최고치를 다시 기록한 인류의 현실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의 40%로 줄이는 국가 감축 목표(NDC)를 세웠다. 이 부소장은 “문재인 정부가 목표를 수립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이를 실행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3기 배출권거래제 재할당, 4차 에너지 기본계획, 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3차 지능형 전력망 기본계획 등을 줄줄이 확정해야 하는 과제를 소개했다. 하나같이 부문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닥트린 분야다.
한신대 이 교수는 “소수 1%를 위한 자본주의 생산과 소비 양식이 자연 약탈적 방식으로 기후위기와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고 확산시켰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네덜란드의 오류’를 소개했다. 네덜란드 같은 선진국에서 편리하고 깨끗하게 영위하는 생활이 의외로 지구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으나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용어다. 네덜란드 안에는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이 심각하지 않아 모르지만, 선진국에 물품을 대는 개발도상국에선 대기와 수질의 오염에 쓰레기 처리 등 수많은 환경 문제로 고통받는 현실이다. 더구나 개도국 국민은 선진국에 비해 훨씬 검소한 생활을 함에도 그렇다. 선진국에서 오염과 기피 시설을 지속적으로 제3국에 외부화시켰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같은 지구적 사안을 살피면 이런 현실이 눈에 들어온다.
이 교수는 “녹색전환은 자본주의의 경제성장 우선주의, 발전 패러다임에 대해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공공재를 함께 풍요롭게 누리도록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교회가 지역의 앵커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커뮤니티 자산을 잘 알고 있는 교회가 함께 모여 기도하고 얘기하고 공부하고 조직하는 역할을 감당함으로써 하나님이 공정하게 주신 공공재를 어떻게 하면 더 풍요롭게 나눌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녹색전환의 지렛대로서 교회의 역할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성공회대 신 교수는 매년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조사결과를 인용했다. 기후위기 자체만 놓고 보면 한국교회 성도들의 위기의식이 높고 당면 과제라고 인식하지만, 이를 경제 문제와 연결해 놓고 생각하기를 꺼리는 경향성을 살폈다.
기후위기 기독교 신학포럼 참여 학자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의해 탄소배출 규제를 직접 받고 있는 수출 대기업들이 먼저 새 정부에 요청해 기후위기 관련 정책의 즉각적 실행을 요구할 것으로 봤다. 큰 틀에서 이전 정부의 기후위기 대처 노력을 뒤엎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진단이다. 나아가 사회 거의 모든 영역의 갈등 분야를 내포하고 있는 탄소중립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선 정부는 물론이고 학문 간에도 협동과 헌신의 작업이 요구된다는 점에 공감했다. 기후위기 기독교 신학포럼은 탄소중립 정책을 살핀 1차 포럼에 이어 2차로 경제·사회적 세부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