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에게 수여된 대통령상을 취소한 정부의 처분이 절차적으로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훈)는 황 전 교수가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표창취소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피고가 2020년 11월 16일 원고에게 한 ‘2004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취소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황 전 교수는 서울대 재직 당시인 2004년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배양하고 추출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업적으로 대통령상인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과 상금 3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논문 조작이 드러나 2005년 서울대에서 파면됐고, 과기정통부는 2006년 황 전 교수의 제1호 최고과학자 지위를 철회했다.
다만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은 관련 규정 미비로 표창 수여로부터 16년이 지난 2020년에서야 취소됐다.
황 전 교수는 정부의 상장·상금 반환 요구에 상금은 사비를 더해 이미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전액 기부했다는 이유로, 상장은 반환하면서도 시상 취소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표창 취소의 주체가 잘못돼 처분이 위법하다거나,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황 전 교수 측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의 공적이 거짓임이 밝혀졌으므로 표창이 유지되는 경우 무자격자인 원고에게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이라는 명예가 주어지는 것으로 상훈의 영예가 땅에 떨어지고, 수여 근거가 된 공적이 거짓임에도 수여 당시 원고가 침묵해 귀책 사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표창 취소 과정에서 황 전 교수에게 의견 제출 기회 등을 주지 않아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취소 결정은 원고의 권리를 제한하는 처분이므로 원고에게 사전에 통지하고 의견제출 기회를 줘야 하나, 그와 같은 기회를 주거나 통지를 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상금에 대해선 황 전 교수가 이미 정부출연연구기관에 기부한 점 등에 비춰 “시상금 환수로 달성되는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