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만원뿐야” 울먹인 이은해 남편…장기매매 시도까지

입력 2022-04-23 06:02
이은해와 남편 윤모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계곡 살인사건’ 피의자 이은해(31)씨와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 생전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21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검거된 이은해와 내연남 조현수의 ‘계곡 살인사건’을 다뤘다.

먼저 시댁으로부터 1억을 도움 받아 마련한 인천의 신혼집에 남편 윤씨는 함께 살지 않았다. 그곳엔 이은해와 그의 친구들이 함께 살았던 것으로 보였고 윤씨는 수원의 반지하 방에서 떨어져 혼자 살고 있었다.

윤씨는 사내에서도 인정받은 대기업 연구원으로 연봉이 6000만원이었지만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윤씨는 생수를 사서 마실 돈이 없어 그의 친구에게 3000원, 10000원 등을 빌리기도 했다. 윤씨와 이은해의 ‘이상한’ 관계는 이들의 통화 내용에서 짐작할 수 있다.

평소 여행과 유흥을 좋아한 이은해가 여행경비로 쓸 돈 200만원을 당장 보내 달라고 하자, 남편은 월세를 내고 지금은 없으니 며칠 후 보내주겠다고 했다. 이에 이은해는 월세를 왜 내냐며 화를 냈다.

'실화탐사대' 방송화면 캡처. MBC 제공

윤씨는 죽기 전까지도 아내인 이은해를 의심하지 않았다. 윤씨는 내연남과 대화 중이었던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11만원밖에 없다. 자동차세랑 가스 요금 냈다”고 했고 이씨는 짜증을 내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은해는 남편에게 여러 차례 거액을 요구했으며 남편이 파산한 뒤에도 여행을 다녔다. 아내가 여행을 가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남편은 더욱 궁핍해졌다. 윤씨의 유족들은 이은해가 그에게 가져간 돈이 총 7억원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공개된 두 사람의 통화 내용에 따르면 2018년 12월 윤씨는 이은해에게 전화해 “우리 그만할까? 헤어질까? 좀 지치더라”고 호소했다. 이은해가 “나 정말 그만 만나고 싶어?”라고 묻자 그는 “여보가 나 어제 때린 것 때문에 그런 건 전혀 아냐. 너무 돈이 없으니까. 빚이 너무 많아. 회사 빚도 넘치고. 지금 얼마인지도 모르겠어. 7000만, 8000만원 정도 되는 것 같은데”라며 울먹였다.

금전적으로 힘들었던 윤씨는 온라인 등을 통해 ‘장기 매매 브로커’를 찾기까지 했다. 윤씨는 “‘귀신헬리콥터’ 팔아요”라는 글을 특정 게시판에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귀신헬리콥터는 불법 장기매매를 뜻하는 은어라고 한다. 또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등산용 로프를 검색해 구입한 사실도 알려졌다.

남편의 형편이 점점 기울고 받을 돈이 줄어들자 이은해는 급전이 필요하다며 그의 누나 카드까지 받아냈다.

이은해 조현수. 연합뉴스

순천향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오윤성 교수는 “이은해는 젊은 여성이라는 장점을 이용해 독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먹이 기다리듯이 굴었고 그게 결혼이었다. 실패하면 다른 곳에서 또 거미줄을 치고. 결혼을 하나의 사업 도구로 보고, 윤씨를 점점 더 의존적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은해는 내연남인 공범 조현수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24분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남편 윤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가로채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은 같은 해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 16일 경찰에 검거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