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나무는 금강송, 盧가 심은 주목 옆자리에 [포착]

입력 2022-04-22 18:06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국립수목원을 방문해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국립수목원을 방문해 금강송을 심었다. 문 대통령의 금강송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심은 주목 옆에 나란히 자리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후 2시쯤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을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찾았다. 국립수목원에는 역대 대통령이 임기 중 심은 나무들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기념식수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옅은 청색 점퍼에 베이지색 바지를 입은 문 대통령과 남색 점퍼에 분홍색 바지, 분홍색 머플러를 한 김 여사는 최병암 산림청장, 최영태 국립수목원장,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의 안내를 받아 기념식수 자리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 부부가 심은 나무는 25년생 금강송(높이 3.6m)으로, 노 전 대통령이 심은 주목 왼쪽에 위치했다. 노 전 대통령은 권양숙 여사와 함께 2007년 5월 17일 이곳을 찾아 주목 한 그루를 심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기념식수를 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식수 앞에서 최병암 산림청장, 최영태 국립수목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그때 노 대통령님이 원래 심고 싶어했던 나무는 느티나무였다”면서 “그런데 느티나무는 넓게 펼쳐지니까 공간이 많이 필요해서 공간이 그 넓이가 안 된다고 해서 공간에 맞춰서 선택하셨던 거다. 고민을 막 했었다”고 회상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현장에 있던 산림청 직원에게 흰 장갑 받아 착용한 뒤 식수를 진행했다. 20여 차례 삽질로 흙을 채운 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삽질을 다 해버렸네”라며 웃었고, 김 여사도 “얌전하게 잘하셨다. 그래도 마음이 편하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병암 산림청장은 문 대통령이 심은 금강송에 대해 “이번에 울진 산불로부터 지킨 금강송 군락지의 후계목 거기서 캐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굉장히 의미가 있는 나무인 것 같다. 이번에 큰 산불에서 버텨줬기 때문에”라고 의미를 더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산림청에서 긴장을 많이 했죠?”라고 물었고, 이에 최 산림청장은 “거기 현장에 불 끄는 직원들은 정말 목숨 걸고…”라고 전했다. 이 답변에 문 대통령은 “고맙다”며 화재 진압에 애쓴 이들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기념식수를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식수한 주목을 바라보고는 김 여사에게 “한번 보고 가자”고 하며 자리를 옮겼다. 나무를 바라보며 문 대통령은 “그래도 많이 자랐다”라고 말했다.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이 심은 기념식수를 둘러본 문 대통령 부부는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이날 국립수목원을 찾은 관람객들과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유영민 비서실장 등이 기념식수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기념식수 행사엔 유영민 비서실장과 유연상 경호처장, 박수경 과학기술보좌관, 신지연 제1부속·최상영 제2부속·정기수 농해수비서관, 박경미 대변인 등이 동행했다.

‘대통령 나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 식목일에 국립수목원(당시 광릉시험림)에 14년생 은행나무를 심은 이후부터 이어져 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30년생 ‘독일가문비(소나뭇과)’를, 노태우 전 대통령은 20년생 ‘분비나무’를,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4년 ‘반송’을 심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금강송’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황금색 ‘주목’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상나무’를 선택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