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검수완박’ 극적 합의…검찰은 수뇌부 초유 집단사퇴

입력 2022-04-22 17:35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이 22일 국회 의장실에서 박홍근(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함께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두고 대치해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충돌 직전 극적인 합의를 이뤘다. 민주당 입법안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은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한 데 반발해 검찰 지휘부는 총사퇴했다. 검찰 수뇌부가 집단 사표를 낸 건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22일 국회 의장실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만나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를 공식화했다.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 중 4대 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 범죄·대형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우선 폐지하는 것이 중재안의 골자다.

검찰의 직접 수사 총량을 줄이기 위해 현재 5개인 반부패강력수사부를 3개로 감축하고, 남은 3개의 반부패 검사 수도 일정 수준으로 제한키로 했다.

남아있는 부패 범죄와 경제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국회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18개월 내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한국형 FBI)을 출범시킨 뒤 폐지하도록 했다.

사실상 민주당이 추진해온 ‘검수완박’ 법안 내용이 대부분 채택된 셈이다.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이 22일 국회 의장실에서 박홍근(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함께 '검수완박 중재안'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양측은 국민의힘 측 요구를 반영해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보완수사권)은 유지토록 했다. 단, 보완수사 중인 검찰의 별건 수사는 금지했다.

양당은 오는 28일 또는 29일 본회의를 열고 ‘검수완박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때 중수청의 기능과 역할 등에 대해 논의할 사법개혁 특위 구성도 함께 처리할 예정이다. 중재안은 법률안이 공포된 날로부터 4개월 뒤 시행하도록 규정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여야가 ‘검수완박’ 중재안을 수용한 것과 관련해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22일 정치권의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뒤 승용차를 타고 서울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결사항전 태세에 돌입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이 모든 상황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사표 반려 이후 국회 설득에 매달렸지만, 여야가 사실상 검찰을 폐지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수용하자 다시 직을 내던졌다.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를 포함해 이성윤 서울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등 7명도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구본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 고위 간부가 전원 물러나게 되면서 초유의 지휘부 공백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대검은 “중재안은 사실상 기존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시기만 잠시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공식 반대 입장을 냈다. ‘단계적’이라는 말로 포장했을 뿐 검찰 수사권 폐지와 보완수사 위축 등 핵심은 기존 법안과 같다는 지적이다.

검찰 내부에선 “법원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데, 하루 이틀 만에 만들어낸 중재안을 강행한다고 졸속이 아니게 되는 것이냐”는 성토가 빗발쳤다.

대검에서는 법안 통과시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헌법 쟁송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오주환 임주언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