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합의 처리키로 한데 대해 현직 검사장이 “중재안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검찰이 경찰 송치 이후에야 사건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여전하고, 검찰이 선거범죄 직접 수사를 못하게 될 경우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22일 검찰 내부망 등에 글을 올리고 중재안 조항들에 미비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검장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한다. 직접 수사의 경우에도 수사와 기소 검사는 분리한다’는 1항에 대해 “동전의 양면처럼 분리할 수 없는 것을 분리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범죄, 자본시장 교란 범죄 등의 경우 수천 건의 디지털증거, 계좌와 회계장부, 수백명의 사건당사자를 조사한 수사검사가 공판에 참여하지 못하면 기소 후 공소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현재 검찰이 수사 가능한 6대 중대 범죄에서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를 삭제하고 경제, 부패 범죄만 남기는 것(2항)에 대해서는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선거범죄 수사를 못 하게 하면 그 혼란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했다. 김 지검장은 “선거범죄는 시효문제, 복잡한 법리문제 등 어렵고 실수도 많은 범죄”라고 했다.
김 지검장은 대형참사범죄가 직접 수사 범위에서 제외되는 것에 대해 “대형참사도 검경이 수사개시부터 합동으로 하면 효율적이다. 송치 이후에야 사건의 실체를 살펴봐야 한다면 참사 원인을 찾아내 억울한 피해자들의 원혼을 풀어주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검찰 직접 수사 총량을 줄이기 위해 현재 6개 특수부를 3개로 감축한다는 조항(3항)에는 “이미 특수부 명칭은 없어졌고 반부패수사부도 전국에 딱 1곳 있다”면서 “지금이 바로 주가조작의 적기라는 범죄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범죄의 단일성‧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별건 수사)는 금지한다는 조항(4항)에 대해서는 “동일성과 수사 범위를 따지다가 증거는 다 사라지고 범인은 해외로 도망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형사부 검사들의 보람은 단순 1명 짜리 사기 사건을 조사하다보니 피해자가 수만명에 이르는 조직적 사기 사건을 밝혀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동일성과 수사 범위를 따지다 보면 신속한 수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 지검장은 중대범죄수사청을 설립하고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폐지한다는 조항(5항)에 대해서는 “검사의 수사지휘가 가능한 미국의 구조 그대로 도입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새 기구를 설치하고 운용을 제대로 하기 위해 검찰, 경찰, 금감원, 금융위 등의 인력과 노하우를 합치는 작업이 윤석열정부 5년 내내 진행해도 완성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 지검장은 마지막으로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공포 4개월 후 시행한다는 조항(8항)에 대해서는 “4개월 내 시행하려면 검사들이 가지고 있는 선거사건, 대형참사사건은 경찰로 넘겨야 한다. 곧 다가올 지방선거 사건은 수사를 하다가 넘겨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6개월짜리 시효는 금방 다가온다. 혼란을 방지할 묘책이 본회의 통과전에 꼭 나오길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