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새 정부에선 법제화 될까…266조 드는 尹 공약이 변수

입력 2022-04-22 15:08 수정 2022-04-22 15:14
洪 “차기 정부서 반드시 입법화해야”
이미 ‘재정준칙 전도사’ 秋도 강한 의지
막대한 재정 불가피한 대선 공약 변수
적용 시기 늦출 가능성도


재정 당국의 현직 수장과 차기 수장이 한 목소리로 재정준칙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다음 달 출범하는 새 정부에서 재정준칙이 법제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비율과 같은 재정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기준선을 정하고 이 기준을 넘기면 이에 대한 재정 대책을 반드시 마련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각)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기 정부에서 재정준칙을 반드시 입법화해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대부분 국가가 재정준칙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미국 50개 주 정부도 여러 형태의 재정 준칙을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2020년 12월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매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3%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한국형 재정준칙’을 발표한 뒤 이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발표 직후부터 재정준칙 적용 시점이 차기 정부 임기 후반부라는 점 때문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재정을 더 써야 한다는 기조가 강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재정준칙 법제화에 소극적이었고, 법안 처리도 1년 넘도록 지지부진했다. 그러는 사이 올해 국가채무는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 부총리에 이어 차기 경제사령탑으로 지명된 추경호 부총리 후보자 역시 재정준칙 도입을 여러 차례 강조해온 ‘재정준칙 전도사’다. 이미 홍 부총리가 한국형 재정준칙 내용을 발표하기 전인 2020년 5월에 국가채무비율을 GDP 대비 45%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고, 초과 시 세계잉여금을 모두 국가채무 상환에 쓰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10일 부총리 지명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도 “재정 건전성 확립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이자 국가 경제 운용의 근간이다. 재정준칙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사이에 코로나 대응으로 재정 지출이 커지면서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7%가 된 만큼 추 후보자가 과거에 낸 국가재정법 개정안보다 기준을 높여 현 상황에 맞는 재정준칙 재수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추 후보자가 재정준칙 수립에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새 정부에서 재정준칙 법제화가 속도를 낼 수도 있다. 다만 막대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 변수다. 윤 당선인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 추계 비용은 266조원에 달한다. 당장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3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부터 병사월급 200만원, 부모급여 월 100만원 등 현금성 공약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새 정부에서 재정준칙 법제화에 나서더라도 실제 준칙 적용 시기를 늦출 가능성도 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