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원 서울북부지검장은 22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과 관련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는 불가능한 일이고 사실상 허구의 프레임”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여야가 합의한 중재안에서도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은 유지되면서 검찰의 비판 목소리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배 지검장은 이날 서울 도봉구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70년 형사사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문제를 공청회나 토론 등 충분한 의견수렴과 숙고의 시간도 없이 한 달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졸속으로 강행 처리하려고 하고 있다”며 “법안이 통과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배 지검장은 서울북부지검이 담당했던 지난해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을 예시로 들며 “법안이 시행되면 검사는 피해자들의 호소를 들을 수 없고 기록 너머 숨겨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어렵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 모녀 살인사건을 저지른 김태현(26)에 대해 “검찰에 송치된 후 우발범행을 주장하는 피의자에 대해 검사는 수십시간에 걸친 심리 분석과 포렌식 등 보완 수사로 계획 범행임을 밝혀냈다”며 “법안이 시행된다면 제2·제3의 세 모녀 살인사건은 제대로 처리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이외에도 배 지검장과 소속 검사들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규정한 헌법 위반의 문제,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문제, 형벌집행 공백의 문제 등 법안 통과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지적했다. 형사1부의 박혁수 부장검사는 “절도·강도 등 일반적 사건은 당연히 경찰이 검찰보다 수사력이 압도적”이라면서도 “명예훼손, 지적재산권,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사건, 전문적 경제사범은 사건처리가 매우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여야의 중재안과 관련해 따를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고, 서울북부지검 검사장으로서 섰기 때문에 검찰 전체의 입장을 말씀드릴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