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친구 계좌 동원”…이은해, 남편 돈 2억 빼돌린 방법

입력 2022-04-22 06:14
이은해와 숨진 남편 윤모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계곡 살인사건’ 피의자 이은해(31)가 친구 계좌를 동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자인 남편 윤모씨의 돈을 빼돌린 정황이 드러났다.

300쪽이 넘는 분량의 경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이은해는 2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인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윤모씨 돈을 빼돌렸다고 21일 SBS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은해는 윤씨 통장에서 자신과 공범 조현수, 부친, 친구 등 3명 명의 통장으로 2억1000여만원을 이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거지 인근 은행 지점에서 현금을 2400만원이나 인출한 경우도 있었다.

2018년 6월 윤씨 채무는 1억2800만원으로 불어나 결국 개인회생 대상이 됐다. 앞서 일부 공개된 윤씨 통화 녹음 파일에도 윤씨가 이은해의 지인에 돈을 빌려주고 제대로 못 받았다며 불안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SBS 보도화면 캡처

이은해와 윤씨가 통화한 내용을 보면 윤씨가 “○○하고 30분만 얘기를 하자, 셋이서. 오빠랑 나랑 좋게 얘기해서 한 달에 30만원이라도 좋으니까 조금씩 갚아달라고 얘기를 해보자. 오빠한테 화를 낼 것이 뭐가 있어, 오빠는 돈을 빌려 준 죄밖에 없는데”라고 말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채무 명목으로 윤씨 돈을 이은해 지인에게 준 뒤 갚지 않아 윤씨가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은해는 윤씨 돈을 가로채면서도 윤씨 사망 보험만은 효력이 정지될 때마다 돈을 납부해 효력을 부활시켰다. 반면 윤씨의 실손보험은 실효가 된 뒤에도 되살리지 않았다. 가입한 보험 역시 보장 기간이 짧고 월 납입 보험료가 싼 사망 담보 집중 보험이었다.

이 같은 정황 때문에 경찰은 이은해가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여러 개의 윤씨 사망보험을 든 것으로 판단했다.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 연합뉴스

또 그동안 알려졌던 것과 달리 이은해가 가평경찰서 조사 당시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했고, 다른 피의자들 역시 진술과 출석에 협조하지 않았다고도 보고서에는 적시돼 있다.

이은해는 내연남인 공범 조현수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24분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남편 윤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가로채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은 같은 해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 16일 경찰에 검거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