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특허전쟁’ 불붙다… 완성차 업체에 IT기업까지 참전

입력 2022-04-25 06:05
현대자동차가 미국 특허청(USTPO)에 특허 등록한 차량 상태를 표시하는 와이퍼 가상 이미지. 미국특허청 홈페이지 캡처

현대자동차는 지난 7일 미국 특허청(USTPO)에 와이퍼로 차량 상태를 표시하는 기술을 특허 등록했다. LED 조명을 탑재한 와이퍼가 좌우로 움직이면서 잔상 효과로 글씨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야간에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전 삼각대를 세우지 않더라도 효과적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지난 2월엔 슬라이딩 방식으로 여닫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테일게이트(뒷문)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이렇게 하면 차량 뒤쪽에 여유 공간이 없는 곳에선 열기 어렵다는 기존 테일게이트의 단점을 해소할 수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특허 전쟁에 불이 붙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25일 특허청에 따르면 2006~2020년 세계 5대 특허청(IP5, 한국·미국·중국·일본·유럽)에서 출원한 자율주행 관련 특허는 2만4294건에 이른다. 도요타가 5239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소니 3630건, 현대차 3080건, 혼다 2844건, 포드 2069건, LG 2019건 등이다.

최근에는 정보통신(IT) 기업과 자동차 부품업체의 특허 출원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대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특허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특허 때문에 IT 기업과 완성차 업체가 충돌하기도 한다. 노키아는 2019년 3월 메르세데스 벤츠를 상대로 무선통신 표준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었다. 차량에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하려면 자동차와 인터넷 통신의 연결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무선통신 표준특허를 보유한 업체가 완성차 업체에 사용료 지불을 요구한 것이다.

벤츠는 노키아에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맞불을 놓는 등 소송전을 펼쳤지만, 결국 벤츠의 모회사 다임러는 지난해 6월 노키아에 특허 이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제조사와 IT 기업간 특허 분쟁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송에 대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핵심 특허 보유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관련 특허 출원도 활발하다. 중국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관련 특허 출원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월 특허청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2010~2019년 전기차 충전 인프라 관련 특허를 9035건 출원했다. 가장 많은 수치다. 그 뒤를 미국(2504건), 한국(1864건), 일본(1610건), 독일(1390건)이 잇고 있다. 특허는 초고속 충전, 양방향 충전, 충전인프라 관리, 충전 제어, 충전요금 결제, 배터리 모니터링 기술 등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기술 경쟁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핵심기술 개발과 함께 우수한 특허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