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결사항전 외치지만 뾰족한 저지 수단 없는 ‘딜레마’

입력 2022-04-21 17:12
국민의힘 이준석(오른쪽)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지만, 의석수에 밀려 뾰족한 저지 수단은 없는 상황이다. 여론전을 통한 민주당 압박, 일부 민주당 소신파와 범진보 진영 의원들의 반란, 박병석 국회의장의 합리적 중재 정도가 국민의힘이 기대를 걸고 있는 저지 수단이다.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 임기 내 입법’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한 시간 끌기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쪼개기’ 임시국회로 대응해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킬 계획이다. 무제한 토론 도중 회기가 끝나면 토론이 종결된 것으로 간주해 해당 안건을 다음 회기 때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는 국회법 조항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페이스북에서 “검수완박 법안은 속도와 내용, 시기 모두 매우 부적절하며 지금의 처리 방식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를 향해 무제한 TV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TV토론을 통해 대국민 여론전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여론전 외에는 별다른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상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원장실 앞에서 안건조정위원회 위원 추천 요청과 관련해 유상범, 전주혜, 조수진 등 3인을 추천한다는 내용의 서류를 들어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신파와 범진보 성향 의원들의 ‘반란’도 기대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독주는 상식적인 의원들이라면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이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민형배 의원을 ‘기획 탈당’시키자 당내 반발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민 의원 탈당이 ‘부적절한 행위’라며 “이런 식으로는 결코 검찰개혁을 이룰 수 없으며 우리 당이 추구해온 숭고한 민주주의 가치를 능멸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조응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탈당 무리수를 국민이 뭐라고 생각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도 YTN 라디오에서 “저는 586 이후 세대로서 민주화를 이룬 선배들을 우상처럼 생각했지만 우상들이 괴물이 돼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치는 없고 뭔가 부숴야겠다는 망치만 있는 것 같다. 왜 이렇게 민주주의 원칙을 뒤흔드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언론중재법 본회의 상정을 거부했던 박 의장의 중재도 국민의힘이 기대를 거는 요인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합리적인 박 의장 스타일을 고려하면 어떤 출구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