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의혹’ 홍대 A교수 해임···“2차 가해도 있었다”

입력 2022-04-21 16:29
‘홍익대 미대 인권유린 A교수 파면을 위한 공동행동’은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A교수를 규탄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페이스북 캡처

학생들에게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는 홍익대 미대 A교수가 결국 해임됐다. 2차 가해 의혹도 제기되면서 학생단체는 인권센터 설립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홍익대 미대 인권유린 A교수 파면을 위한 공동행동’은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익대 교원징계위원회가 지난 5일 A교수를 해임하기로 징계처분했다”고 밝혔다.

홍익대는 피해자에게 지난 18일 징계위 결과를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행동이 확보한 녹음파일과 피해 증언에 따르면 A교수는 성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 외모 평가 등의 발언을 일삼았다. A교수는 “너는 작업 안 했으면 n번방으로 돈 많이 벌었을 것 같다” “너랑 나랑 언젠가는 XX하게 될 것 같지 않냐” 등의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배신하면 복수하겠다”며 약점을 잡거나 가스라이팅도 해 왔다고 공동행동 측은 밝혔다.

공동행동은 지난해 9월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이후 홍익대는 성폭력등대책위원회 산하에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 지난해 12월 A교수의 성비위를 인정해 그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인사위는 A교수에 대해 해임 처분을 내렸지만,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공동행동이 대독한 입장문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언론 노출로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동시에 가해자의 언론플레이와 거짓말로 인해 비방을 받기도 했다. 학교 내 조사 과정도 힘든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건 관련 교내 회의에서 한 보직 교수가 피해자에게 ‘사건의 배후가 누구라고 생각하냐’는 부적절한 질문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양희도 전 홍익대 미대 학생회장은 “홍익대는 인권센터를 설치해 학생들을 보호하고, 교수윤리헌장을 제정해 교수와 학생이 동등한 인격체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법률대리인 정상혁 사단법인 선 변호사도 “이번 일을 계기로 하여 우리 사회, 특히 이 대학 사회에서 권력형 성폭력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그리고 권력형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인 보완과 정비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A교수는 그러나 이번 해임처분에 불복 의사를 밝혔다. A교수는 “징계 처분에 대한 법적 소송은 물론 학교 측을 상대로 하는 인권위 제소, 민형사상 소송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