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해당 프로그램 출연이 거부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 안팎의 논란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같은 프로그램 출연을 타진했다가 CJ 측으로부터 거절당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21일 총리실 등에 따르면 김 총리는 지난해 10월쯤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관련해 국민과 소통할 방법을 찾던 중 ‘유퀴즈’ 출연을 검토했다. 당시 김 총리는 지상파 뉴스와 라디오, 토론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코로나19 상황과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해당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높은 데다 비교적 긴 시간 동안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 ‘K방역’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게 총리실의 계획이었다.
당시 제작진은 출연 취지에는 공감을 표했으나 결국 ‘프로그램 성격상 정치인 출연은 곤란하다’며 출연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리가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인데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편향성이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당선인은 전날 ‘유퀴즈’에 출연, 사법시험 준비와 검사 재직 시절 에피소드와 당선 소회, 최근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윤 당선인은 “국민이 많이 보시고 좋아하는 프로라며 (참모들이) 한번 나가보라고 해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MC 유재석씨는 “저희도 (윤 당선인 출연 결정이) 갑자기라 상당히 당황스럽다.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출연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시청자 게시판에 ‘프로그램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등 9000여개의 글이 올라오는 등 논란이 불거졌다. 시청자들은 “윤석열은 되고 문재인은 안 되냐” “윤석열 출연과 관련한 CJ ENM 윗선의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 등 각종 비난과 추측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도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을 요청했으나 제작진이 거절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CJ 측은 ‘요청받은 적 없다’고 밝히면서 진실공방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해 4월과 그 이전에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청와대 이발사, 구두 수선사, 조경담당자의 유퀴즈 출연을 문의했지만, 당시 CJ 제작진이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출연 요청이 없었다는 CJ의 거짓말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의 출연에 대해 서울대 법대 동문인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의 이력을 주목한다. 강 대표이사는 1989년 사법시험(31회)에 합격해 1993년부터 1998년 변호사 개업 전까지 검사 생활을 했다. 윤 당선인은 1991년 사법시험(33회)에 합격했다.
설상가상으로 방송시기와 겹쳐 프로그램을 이끌던 김민석 PD와 박근형 PD의 퇴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제작진의 퇴사 러시가 이번 윤 당선인 출연을 놓고 윗선과 제작진의 갈등 때문 아니냐는 추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