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점점 커지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각국의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통화 정책을 정상화해서 인플레이션 상승을 억제하고 재정적 취약성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 피해 보상을 위해 50조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공언한 새 정부 입장에서는 고민스러운 제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IMF는 19일(현지시간) 발표한 ‘2022 세계금융안정보고서(GSFR)’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금융 시장이 전에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 이로 인해 더욱 높아진 기대 인플레이션, 러시아 채무 불이행과 신흥 시장의 잠재적 자본 유출 등의 상황을 꼽았다. 이날 IMF가 함께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치는 지난 1월보다 0.8% 포인트 낮은 3.6%로 하향 조정됐다.
이는 최근 각국의 긴축 정책과 맞물리면서 기업 투자 위축을 부를 수 있는 요인이 된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다만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도 중요한 숙제로 꼽았다. 두 가지 난제를 풀려면 선진국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선진국 중앙은행은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통화 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금리 예상 경로 등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금리를 정상화하되 인상 시기 등을 예고해 시장이 대응할 수 있게끔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잡으려면 통화 정책으로 유동성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다. 한국도 이 결론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특수 상황이 존재한다. 새정부가 출범 초기 대규모 재정 정책을 펼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소상공인 피해 보상 추경 집행과 관련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논의 중이다. 공언한 50조원보다는 규모가 일정 부분 줄어들 전망이지만 대규모 자금이 시중에 풀린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통화 정책을 써도 유동성이 커지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꺾기가 힘들다.
두 번의 추경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20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소상공인 추경은 다음 달 중으로 예상된다. 오는 6월 예정인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와는 별도 일정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 경우 새정부 경제정책에 필요한 추가 예산 마련을 위해 한 번 더 추경을 편성할 수도 있다. 보고서는 “재정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해 선별적인 거시 건전성 수단을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