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꼼수 탈당’에…민주당서도 “정치 희화화” 우려

입력 2022-04-20 18:50
5선 중진의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위해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키는 ‘꼼수’를 쓰자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정치를 희화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조응천 의원은 “국민들 보기에 꼼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 의원에게 안건조정위원 자리를 내주게 된 민주당 출신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상민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이렇게 정치해서는 안 된다”며 쓴소리를 했다. 이 의원은 “민형배 의원, 법사위 안건조정위 4대2로 무력화하기 위한 민주당을 탈당했다”며 “고민이 있었겠지만, 정치를 희화화하고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이 의원은 “어렵고 복잡할수록 원칙대로,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며 “국민께서 지켜보고 있다. 헛된 망상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분별력 있게 하자”고 촉구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 법안은 법안소위에서 심사 중에 있다. 법안을 법사위 전체회의에 올리기 전 안건조정심사위원회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안건조정위는 쟁점 법안을 최장 90일까지 논의할 수 있는데, 통상 여당 몫 3명, 야당 몫 3명으로 구성된다. 야당 몫에 ‘검수완박’ 찬성 입장인 무소속 의원을 넣게 되면 4인 이상 찬성이라는 의결정족수를 채워 사실상 안건조정위는 무력화된다.

당초 민주당은 양 의원을 안건조정위에 배치하려 했으나, 양 의원이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서 잠시 제동이 걸렸다. 이에 민 의원을 탈당시켜 안건조정위 야당 몫으로 배치하려는 전략을 짠 것이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조응천 의원은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국민들께서 다 보고 계실 것”이라며 “형사사법체계라는 것은 정말 공기와도 같은 것이어서 평소에는 잘 못 느끼는데, 조금만 잘못되면 당장에 힘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출신의 양 의원도 페이스북에 “지금도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법이 보장하는 한도에서 입법권자의 한 사람인 국회의원의 의무와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겠다”며 반대표 행사 의지를 분명히 했다.

양 의원은 “다수당이라고 해서 자당 국회의원을 탈당시켜 안건조정위원으로 하겠다는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내가 사랑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민주당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