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떡 사망’ 59억 보험금 수령자는 중학교 동창… 법원 “의심스럽다”

입력 2022-04-20 18:22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전경. 뉴시스

거액의 사망보험에 가입한 50대 여성이 돌연사하자 보험금 수령자로 지정된 중학교 동창이 “보험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1심 법원은 “의심스럽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6부(재판장 이백규)는 숨진 A씨(당시 54세)의 중학교 동창생 B씨가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낸 사망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경남 창원에서 민속 주점을 운영하던 A씨는 2017년 9월 자신의 가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목에는 쑥떡이 걸려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떡이 사망 원인일 수 있으나 단정할 수 없다”며 ‘사인 불명’으로 판정했다.

A씨는 2015년 가입한 새마을금고 보험을 포함해 2012년 7월~2016년 6월 약 4년간 16개 보험사에 사망보험 상품 20건이나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월 평균 추정 소득은 100만원이 채 안 됐지만, 매달 내는 보험료는 142만원이었다. 총 사망보험금은 59억원에 달했다.

보험금 수령자는 B씨였다. A씨는 2016년 53세의 나이로 B씨 어머니에게 입양됐고, B씨와는 법적 자매지간이 됐다. 이후 보험금 수령자도 A씨의 두 자녀에서 B씨로 전부 바뀌었다. B씨는 2019년 11월 “A씨가 쑥떡을 먹다 질식해 사망했으므로 재해 사망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중학교 동창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해 변경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A씨 사망 무렵에는 보험료 142만원 중 126만원을 직접 내고 있었다. 보험설계사 경력이 있어 보장성보험의 경우 가입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많이 가입할수록 손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B씨가 거액의 보험료를 대납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앞서 경찰도 B씨가 A씨 사망 전 ‘독이 든 음식’을 검색하는 등 의심쩍은 정황을 포착하고 4년여간 수사를 벌였지만 지난해 12월 증거불충분으로 내사종결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장기간 수사를 벌였다는 것 자체가 단순 보험사고로 보기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