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2020년 이후 국내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에 달린 댓글수가 1년 전보다 최대 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가 대유행한 주요 국면 때마다 댓글이 폭증하는 현상이 통계로 확인됐다. 외부활동 자제로 온라인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뉴스 소비가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유례없는 팬데믹에 따른 불안 심리로 코로나 확산의 원인과 그 책임을 따지는 이른바 ‘심판 욕구’가 댓글 공간에서 분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일보가 20일 국회 과학방송정보통신위원회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네이버 뉴스에 달린 전체 댓글수는 1억6513만2597개로, 2019년 1억2887만5620개보다 3625만6977개(28.1%) 늘어났다. 2021년에도 댓글수는 1억5507만1310개로 집계되면서 코로나 이전보다 확연히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네이버는 국내 가장 많은 사용자가 접속하는 뉴스 포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포털 뉴스 이용률은 2020년 75.8%에서 지난해 79.2%까지 올라섰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은 최근 6개월치의 댓글 관련 통계만 보유하고 있어 코로나 시대 댓글 수 변화 추이를 확인하긴 어려웠다. 다만 카카오가 2020년 9월 공개한 코로나 백서에 따르면 다음 뉴스 조회 수는 코로나가 확산하던 2020년 1~3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돼 댓글 역시 이 시기 많이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보 의원은 “코로나 시기 국민이 질병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한 질타와 함께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감도 상당히 표출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댓글사회’ 언제 폭발했나
포털 뉴스에 작성된 댓글수는 국내 코로나19 확산 첫해인 2020년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1~3차 대유행 시기에 댓글수가 압도적으로 늘었으며, 역대 네이버 뉴스 댓글수가 가장 많았던 달은 2020년 3월로 집계됐다. 대구 신천지증거장막(신천지)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며 코로나19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와 신천지 교주 이만희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높았던 시기다. 당시 전 국민이 마스크 부족 사태로 출생 연도에 맞춰 마스크 2장을 사기 위해 약국 앞에 줄을 늘어섰고, 신학기 개학 연기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혼란에 빠지며 불만이 폭발했다. 이달 네이버 뉴스 댓글은 총 1956만2603개가 달려, 1년 전인 2019년 3월 999만4505개의 약 2배에 육박했다.
비슷한 현상은 반복됐다.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로 떨어지며 진정국면에 접어들던 2020년 5월 네이버 뉴스 댓글은 1089만2044개로 집계됐다. 서울 이태원의 여러 클럽에서 수백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클럽 방문자를 향한 분노의 댓글이 쏟아졌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8·15 광복절을 맞아 대규모 밀집집회를 주도한 그해 8월에도 댓글이 1584만8548개로 폭발했다. 코로나19 백신 부족으로 인한 수급 논란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이들의 몸에서 혈전이 발견되며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2021년 3~4월에도 댓글은 각각 1416만2937개, 1330만8889개로 급증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댓글 폭증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회 섹션 뉴스에 댓글이 많이 증가했다는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뉴스 섹션별 댓글수를 보면 2020년 2월과 3월에 처음으로 사회 섹션 댓글이 각각 717만5171개, 794만7048개로 정치 섹션 댓글수(622만9885개, 702만3052개)를 앞질렀다. 앞서 네이버가 뉴스 댓글과 관련한 통계를 수집·분석하기 시작한 2018년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는 정치 섹션 기사에 달린 댓글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네이버 뉴스는 분야별로 정치·경제·사회·생활·세계·IT(정보·기술) 섹션으로 나뉘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시대상이나 사회 문제를 다룬 기사는 사회 섹션에 주로 포함된다.
불안한 시기, 댓글 쓰는 이들도 늘었다
개인의 삶과 한국 사회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친 코로나19 이슈들은 댓글 공간의 진입 장벽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이후 댓글 작성자 수가 급증한 것이다.
황보 의원실이 제출받은 네이버 뉴스 댓글 작성자 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월 네이버 뉴스에 댓글을 쓴 사람은 하루 평균 12만8801명이었다. 코로나가 본격 확산한 2월 19만3972명, 3월 22만1416명으로 각각 50.6%, 71.9% 급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019년 2월(11만1249명)보다 74.4%, 3월(12만2288명)보다 81.1% 늘어난 수치다. 기존에 댓글을 쓰지 않던 8만~10만여명이 새로이 ‘댓글 세상’에 뛰어든 셈이다.
이는 외부 활동이 차단된 상황에서 낯선 질병에 맞서 정보를 공유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주현 연세대 바른ICT연구소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한 뉴스 소비도 함께 늘었고, 댓글 작성자 유입 증가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코로나19는 마스크 보급 문제, 백신의 안정성과 효과, 온라인 개학, 전자출입 QR코드 도입 등 모든 영역에 불확실성이 큰 이슈였던 만큼 질병에 대해 소통하면서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확실성의 시대, ‘탓할’ 심판 대상에 몰린 댓글들
댓글이 폭증했던 시기를 보면 외국인이나 특정 종교·정치집단, 성소수자 등 정치·사회적인 배타성이나 혐오를 유발하는 대상과 관련이 크다. 전염병 확산으로 신체적 고통을 직간접적으로 겪는 데다 주변인과의 관계 단절, 경제적 어려움 등이 맞물려 생긴 불만과 불안을 배설할 공간이 댓글 세상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팬데믹처럼 정치 사회적 불확실성이 클 때일수록 어떤 현상이나 정책 등에 대한 명확한 옳고 그름의 기준을 알기 어려우므로 서로를 탓하는 갈등 또한 심해지는 경향이 크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의 경우 원인을 모르기에 댓글은 더 원인을 찾아 움직였다”며 “탓을 할 상대,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혐오라는 극단의 감정 표출로 이어졌다”고 풀이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혐오 댓글의 증가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나 사회적 신뢰의 약화, 극단적 파편화된 이들이 늘어난 데다 정치권에서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움직임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라며 “코로나 이슈가 본인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 관련이 있다고 여기면서 온라인 공간에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정치화’도 댓글 폭증에 역할
코로나19 이슈가 정부 방역 정책과 맞물려 정치 이슈로 부각하면서 댓글 폭증을 가져왔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정 정치세력을 강하게 지지하고 상대측에 적대적인 ‘정치 팬덤’이 뉴스 댓글 공간에서 활개 치는 대립 현상도 더 심화했다는 것이다. 또 언제든 스마트폰을 켜면 열 수 있는 댓글창이 본인의 정치·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창구로 여겨지며 정부 정책을 수립하는 데 반영된다는 믿음도 작용했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촛불 집회 이후 사람들은 자신이 사회적 목소리를 내면 변하게 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경험했는데, 그 경험이 코로나 시국에 폭발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선거철은 코로나19 방역대책을 두고 대립한 양당을 향한 심판이 댓글로 분출한 시간이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4월 치러진 21대 총선과 서울·부산시장을 선출한 2021년 4월 재·보궐선거 시기 네이버 뉴스 댓글수는 2019년보다 각각 34.1%, 38.4% 증가했다. 올해 대선 국면인 지난 2~3월 네이버 뉴스 댓글수는 3420만3471개로, 전년 같은 기간(2445만5626개)보다 39.9% 늘었다.
다른 포털 다음에서도 양당 대선 후보가 확정되고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돌입한 시기 댓글 수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901만6519개인 댓글은 올해 1월 1042만3986개, 3월 978만2813개로 늘어났다.
이원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댓글은 사안의 핵심에 집중하기보다 당시 민감한 이슈와 정치를 연관시키려는 경향이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시기에도 정부가 방역을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보니 댓글 수도 폭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댓글 작성자들이 많은 공감을 받고, 비슷한 의견을 가진 이들의 존재를 확인하며 만족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 공간에서 댓글로 의견을 드러내고 공감·비공감을 주고받는 행위를 통해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소속감과 집단정체성을 느낀다”며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집단으로 동조 댓글 작성에 나서는 이른바 ‘화력 지원’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고 진단했다.
김성훈 나경연 조민영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