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검찰청 평검사 대표들은 지난 19일부터 20일 새벽까지 10시간 가량 진행된 평검사회의에서 검찰의 공정성·중립성 문제가 정확히 어딜 가리키는지,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놓고도 의견을 주고받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문재인정부 검찰의 수사 사건이 일부 거론됐고, 과연 어떤 사건이 ‘정치적으로 끌려다닌’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발언이 있었다고 한다. 공식 입장문에 담기지는 않았지만 젊은 검사들의 수뇌부 성토는 적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2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평검사들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위헌적이며 국민 피해를 낳는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다만 공정성·중립성 문제와 반성을 둘러싸고는 좀더 다양한 시각이 표출됐다. 검찰 신뢰에 대한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지만 평검사들이 경험하지 못한 과거의 일을 사과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는 어떤 사건을 사과해야 하는지 등이 논제로 떠오른 것이었다.
직접 맡은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세밀한 논의까진 이뤄지지 않았지만, 회의에서는 몇가지 사건 명칭이 언급됐다고 한다. 한 검사는 “검찰 수사권 박탈이 추진된 계기로 조 전 장관 사건 수사 등이 지목되는데, 오히려 채널A 사건 수사를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지금 반성할 사람은 검찰총장과 서울고검장”이라는 발언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한 검사는 “시각이 다르다 보니 어떤 반성의 메시지를 낼 것인지를 놓고 시간을 오래 보냈다”고 했다.
전날 오후 7시 시작된 회의는 발표할 입장문 자구를 하나하나 합의하면서 새벽 5시까지 이어졌다. 평검사들은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내부적·외부적 장치를 제시했다. 내부 견제장치로는 평검사 대표회의의 정례화 및 법제화, 외부 통제장치로는 ‘국민의 중대범죄 수사과정 참여’가 제시됐다. 영미법계에서 시행되는 대배심(일반 시민들에게 기소 여부 의견을 묻는 것) 제도나 수사심의위원회의 법제화 등이 국민 참여 방안으로 제안됐다.
평검사들은 19년 만의 평검사회의 개최가 “대다수 민생범죄와 대형 경제범죄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 때문”이었다는 입장문을 냈다. 평검사들은 “(검수완박 법안은) 피해자에게 고통만을 가중시키는 ‘범죄 방치법’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한 평검사는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을 일부 소개하며 “국회가 범인의 도피를 조력하는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법안이 곧 시행되면 검찰이 더 이상 수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범죄자들도 알고 버틴다는 말이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국민에 의한 외부통제는 물론 평검사가 주체가 되는 내부통제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들의 입장문을 읽었다며 “평검사들이 이런 마음으로 밤을 새웠다면, 그래도 희망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