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송영길 컷오프’에 내분 폭발…박지현 “고무줄 잣대냐”

입력 2022-04-20 17:20 수정 2022-04-20 17:33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0일 서울시 여의도 이룸센턴 앞에서 당내 서울시장 공천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의 서울시장 공천 배제 방침을 둘러싼 갈등이 당내 계파 충돌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내홍이 격화되자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원점 재검토에 들어갔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동안 송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등록에 반대하던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20일 돌연 송 전 대표와 박 의원 등을 포함한 경선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충북은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인 부동산 실패에 책임 있는 분(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공천하면서, 서울에서는 대선 때 누구보다 헌신했지만 총괄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분(송 전 대표)을 탈락시키겠다고 한다”며 “이게 무슨 고무줄 잣대냐. 이 결정은 국민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 노영민 후보도 탈락시키든지, 못하겠다면 서울의 공천 신청 후보가 모두 참여하는 공정한 경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선 전략공관위의 컷오프(공천 배제) 결정을 ‘계파 공천’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전략공관위원장인 이원욱 의원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박 위원장의 일관성 있는 태도를 요청한다”면서 “난데없이 계파 공천을 운운하는 것은 그 의도를 의아하게 하며, 제게 계파 공천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수용할 수 없는 모욕”이라고 밝혔다. 이어 “충북 공천 결정은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으로 전략공관위의 결정이 아니다”라며 “그 결정에 문제가 있다면 박 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비대위가 바로잡으면 된다”고 일갈했다.

친명(친이재명)계의 집단적 반발 움직임도 감지된다. 당장 송 전 대표는 자신을 공천에서 배제하려는 것이 이재명 전 경기지사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송 전 대표는 경인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상 이 전 지사의 정치 복귀를 반대하는 선제타격의 의미가 있다”며 “당대표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출마를 해선 안 된다는 논리는 이 전 지사에 대한 대선 패배 책임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최소한의 원칙과 상식을 지키지 않고 기본적인 공정과 정의마저 무시하는 행태를 용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남국 의원도 “전략공관위의 잘못된 결정을 비대위가 반드시 바로잡으라”고 촉구했다.

송 전 대표 컷오프 논란이 계파 갈등으로 확산되자 비대위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략공관위의 의견은 참고 의견 정도”라며 “컷오프를 결정하는 권한은 최종적으로 비대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의 필승 카드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경우의 수를 동원해 서로 의견을 내놓고 있다”며 “저는 그걸 전부 종합해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송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에 대한 공천 배제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전략공천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비대위가 박 전 장관을 비롯해 다양한 인물을 접촉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현재 기류를 보면 서울시장 후보 선출 방식은 이들을 모두 포함한 경선에 무게가 실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승욱 김승연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