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에 대한 우리 측의 ‘철강 232조’ 개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가 접점 확대에 나선다. 미국 제조업 활성화 방안까지 발표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판로 확보가 한층 더 어려워질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철강협회, 한국무역협회 등 우리나라 협회단이 이달 말쯤 미국을 방문해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철강협회 관계자들과 연달아 접촉할 예정이다. 협회단은 미 정부 인사들에게 철강 분야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미 철강협회와는 탄소중립 등의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협회단은 이번 방미는 기존 정부 간 협상과는 별도로 업계 간 협력을 모색하는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 232조는 직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철강업계 보호를 위해 수입산 철강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물량을 제한한 조치다. 최근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은 미국과 재협상을 통해 고율 관세 및 물량 제한을 완화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철강 232조 재협상 요구에 미국이 난색을 보이면서, 정부는 전면 재협상보다는 기존 쿼터제의 세부 요건을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미국산 철강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조치를 내놓으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대미 수출에 한층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AP통신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은 1조달러(약 1235조원) 규모의 인프라 지원 예산 지출과 관련해 미국산 자재에 한 해 지출을 허용한다는 권고를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철강 232조 재협상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미 의회는 지난해 11월 초당적으로 인프라 법안을 처리하면서 다음 달일부터 연방정부의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진행 시 모든 철강 및 건자재는 미국산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을 명시했다. 이 경우 국내 철강업계의 기존 쿼터 내 판매는 유지되더라도 향후 새 판로 확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