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다시 나서겠다고 밝히자 보수 성향 장애인 단체도 ‘맞불 시위’를 예고했다. 전장연 시위로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다는 이유다.
전장연은 20일 전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발표한 장애인 정책에 반발해 휠체어를 타고 승·하차하는 방식의 출근길 시위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21일 오전 7시부터 서울지하철2호선 시청역과 3호선 경복궁역, 5호선 광화문역 세 군데에서 동시에 제27차 시위에 나선다.
전장연은 인수위 발표와 관련해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기는커녕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시민권을 보장하기에 동떨어지고 추상적인 검토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2023년 예산에 장애인권리예산을 반영해달라는 전장연의 요구에 대해 인수위 답변이 없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예산을 집어넣는 일은 새 정부의 일이기 때문에 인수위 영역 밖의 일도 있다”고 해명했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재개 소식이 발표된 날이면서 장애인의날인 이날 오전 5시쯤 보수 성향의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총련)와 한국교통장애인협회는 서울 여의도동 이룸센터 앞에 컨테이너를 설치했다. 이곳은 그동안 전장연이 컨테이너 등을 설치하고 농성을 벌여왔던 장소다.
장총련·교통장애인협회는 새로 설치한 컨테이너에 ‘계영배(戒盈杯·가득 차면 그대로 넘치는 잔) 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단체는 “장애인이 복지와 권리를 주장함에 있어 넘침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하철 시위와 컨테이너 농성 중인 전장연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애인의날인 이날 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인 이룸센터 앞에 양측 단체가 설치한 컨테이너 박스가 대치하듯 놓이게 된 것이다.
이정갑 교통장애인협회 사무처장은 “전장연이 내건 명분이나 장애인 이동권의 필요성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전장연이 전체 장애인 단체를 대표하지 않는데도 지하철 출퇴근 시위를 강행하면서 시민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쌓여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협회 관계자는 “(전장연의) 비상식적 시위 행태는 지금까지 장애인 인권과 복지, 인식개선에 앞장선 모든 이들의 노력을 훼손·왜곡시켰다”고 지적했다.
장총련·교통장애인협회는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를 재개하는 21일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전장연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고, 이룸센터 앞에선 전장연 컨테이너 박스 철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의재 성윤수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