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보고타국제도서전 개막… 한국, 남미 도서전에 첫 주빈국 참여

입력 2022-04-20 15:52 수정 2022-04-20 20:47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이 19일 오후 6시(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 국제비즈니스전시센터에서 열린 '2022 보고타국제도서전'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단 위에는 클리우디오 로페스 보고타 시장(왼쪽에서 세 번째), 앙헬리카 마욜로 콜롬비아 문화부 장관(왼쪽에서 다섯 번째), 콜롬비아 대통령 부인인 마리아 훌리아나 루이스 여사(오른쪽 두 번째),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맨 오른쪽) 등이 앉아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남미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2022 보고타국제도서전(FILBo·필보)’이 시작됐다. 콜롬비아의 수도이자 인구 800만의 보고타에서 열리는 최대 문화행사다. 주최 측은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다시 대면 행사로 도서전이 열리는 것을 환영하며 주제를 ‘재회’로 잡았다. 이 도서전에서 콜롬비아와 한국의 재회도 이뤄졌다. 콜롬비아는 6·25전쟁 때 남미에서 유일하게 군대를 보내준 국가였다. 한국은 남미에서 열리는 국제도서전 중 처음으로 보고타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여하며 70여년 전 피를 나눈 형제국과 재회했다.

19일 오후 6시(현지시간) 보고타 국제비즈니스·전시센터(Conferias)에서 열린 도서전 개막식에는 콜롬비아 이반 두케 대통령 부부와 앙헬리카 마욜로 문화부 장관, 클라우디아 로페스 보고타 시장이 참석했다. 한국에선 황희 문화관광체육부 장관과 추종연 주콜롬비아 한국대사,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등이 자리했다.

주최 측은 “필보는 콜롬비아에서 문화와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매우 중요한 자리였다”면서 “코로나19 이후 대면으로 다시 열리는 2022년 필보는 재회의 자리”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의 주빈국 참여에 굉장히 감사한다”면서 “이번 도서전은 한국 문학과 도서를 실제로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희 장관은 축사에서 “콜롬비아는 6·25전쟁 당시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군대를 보낸 형제 같은 나라”라며 “지난해 8월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후 두 나라는 문화·체육·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6월 서울도서전에 콜롬비아가 주빈국으로 참가한다”면서 “이러한 책의 교류가 두 나라의 문화·창의산업 전반의 활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에서 도서전 주빈국 참여를 논의한 이반 두케 대통령은 개막식 연설에서 “영감은 재회의 장에서 생겨난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한국의 형제분들을 만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나라는 가슴 아픈 역사를 함께 견뎌냈고 이같은 위기의 극복이 문화 교류라는 다른 양상으로 발현되고 있다며 “한국의 주빈국 참가로 인해 끈끈해진 양국의 유대관계는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 콜롬비아가 주빈국으로 참가하며 새로운 장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22 보고타국제도서전이 열리는 콜롬비아 보고타 국제비즈니스전시센터 내 주빈국관에서 19일 오후 8시(현지시간) 주빈국관 개막식이 열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앙헬리카 마욜로 콜롬비아 문화부 장관(오른쪽에서 세 번째), 클리우디오 로페스 보고타 시장(맨 오른쪽),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맨 왼쪽) 등과 함께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도서전 개막식이 끝난 후 주빈국관 개막식이 바로 이어졌다. 콜롬비아 문화부 장관과 보고타 시장이 테이프 커팅을 함께한 뒤 전시장을 둘러봤다. 이 자리에서 보고타 시장은 “보고타에서는 한 해 40여개의 전시행사가 열리는데 도서전이 가장 중요한 행사”라며 “올해 한국이 도서전 주빈국이 되면서 더 많은 관객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개막식 후 기자들과 만나 “콜롬비아는 한류에 대한 호응이 매우 높고 한국 방위산업에도 호감을 갖고 있다”면서 “콜롬비아가 남미 진출의 교두보이자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장관에 따르면, 도서전 이후 한국과 콜롬비아의 교류는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콜롬비아가 태권도를 국기로 삼고 싶다는 의지를 밝혀 정부 차원에서 지원 방안을 모색 중이다. 오는 9월에는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이 보유한 도자기를 보고타의 중심 박물관 중 하나인 황금박물관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보고타도서전은 다음 달 2일까지 이어진다. 해마다 60만명 정도가 도서전을 다녀간다. 올해는 30개국에서 500명 이상의 출판 관계자들이 모이고 콜롬비아의 약 400개 출판사, 배급사, 서점 등이 참여했다.

2022 보고타국제도서전 주빈국관 내 한국의 주요 도서들을 전시한 주제전시관 모습.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이 꾸민 3000㎡ 규모의 주빈국관은 도서전 기간 내내 한국 출판과 문화를 콜롬비아와 남미에 발신하는 기지가 된다. 개막식 다음 날부터는 한국 작가와 저자들의 행사도 주빈국관과 보고타 곳곳에서 이어진다. 김경욱 은희경 이문재 정영수 정유정 한강(온라인 참가)이 북토크를 진행한다.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를 비롯해 그림책 작가와 평론가들, ‘며느라기’로 유명한 웹툰작가 수신지도 독자들을 만난다. 김홍중(사회학) 김백영(역사사회학) 정인경(과학) 강호정(생태학) 등 비문학 저자들의 강연과 토론도 열린다.

보고타=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