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부산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진행한 ‘파워 반도체 연구플랫폼 구축사업’의 장비 구축 과정이 생산 기계를 새로 개발하거나 신공정 개발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비 연구·개발(non-R&D) 사업으로 조정됐다. 제조공정을 위해 표준화된 장비를 사소하게 개선하는 활동은 non-R&D에 속하기 때문이다.
# 사례2. 부산R&D 사업이던 ‘고령친화용품 산업화지원’ 사업에 지원한 시제품 제작 지원도 연구·개발 목적이 아닌 것으로 판단 났다. 시제품의 설계·시험·제작은 연구개발에 속하지만, 개발한 시제품을 단순 복사·제조하는 것은 비 연구·개발 활동이다.
R&D 사업 정의의 모호성, 지역 간 예산 확보 경쟁으로 인해 목적에 맞지 않는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가 있어 관련 예산의 효율적 투자나 재정적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부산산업과학혁신원(비스텝)에 따르면 부산시 R&D 사업 78개를 분석한 결과, 11개(14%) 사업이 마케팅, 단순 지원 등에 그쳐 non-R&D로 조정됐다.
문제는 이 같은 non-R&D 사업에도 R&D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비스텝은 그 원인 중 하나로 연구 당사자나 공무원이 R&D 사업과 non-R&D 사업을 구분하지 못하면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봤다. 특히 대학 R&D 지원 사업은 정부 부처별로 복잡하고 중복 지원 가능성도 커 비효율적인 예산 투입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프라스카티 매뉴얼(Frascati manual)을 따른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전반적으로 교육 관련 사업, 연구개발 관련 지원 사업, 지역산업 진흥을 위한 사업, 기반 구축사업 등을 R&D 사업과 혼동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스텝은 점차 모호해지는 R&D 사업을 식별하기 위해 ‘사업의 신규성(혁신성)’과 ‘사업의 목적’을 확인할 것을 주문했다. 사업 추진체계, 선행사업, 유사 중복사업 내용 등으로도 R&D를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스텝은 정부사례를 들며 부산시(예산담당관실)는 R&D사업에 대한 시비 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를 조정할 수 있는 별도의 기구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산과학기술진흥위원회 등을 통한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부산형 표준분류체계를 마련하고 6개월에 한 번씩이라도 R&D사업을 조정·관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종률 책임연구원은 “R&D와 non-R&D를 기계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만, 지역 차원에서 관리하고 합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가는 것이 절실하다”며 “이를 통해 막대한 R&D 예산을 적재적소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비스텝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연구개발사업의 개념과 구분)를 ‘산업&혁신 브리프’ 3호로 발간할 예정이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