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느린 사람을 기다려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장애인의 날인 20일 “장애인들의 이동권에 더 배려하지 못한 우리 자신의 무관심을 자책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제42회 장애인의 날인 이날 SNS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속도 또한 서로 다를 뿐,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별 없는 세상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며 “편견을 넘는 동행이 우리 모두의 삶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역설하며 지하철 시위를 벌인 것과 관련해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더욱 배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전장연의 시위 방식에 비판적 입장을 보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삶을 살아간다”며 “남들보다 빨리 인생의 전성기에 도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천천히 성장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도 있다”고 적었다.
조선시대 장애인 관료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조선시대 청각장애인이었던 문신 이덕수와 유수원은 여러 관직에 올라 중요한 국정을 수행했고, 시각장애인은 세계 최초의 장애인단체 ‘명통시’에 소속돼 국운을 길하게 하고 백성에게 복을 전하는 일을 맡았다”며 “우리는 선조들로부터 장애인의 역량과 권리를 존중했던 전통과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 5년, 우리 정부도 많이 노력했다”며 “장애인 예산을 두 배로 늘렸고, 31년 만에 장애등급제를 폐지해 장애인 중심의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했다.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등도 마련했다”고 성과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장애인들 스스로의 노력에 더해 기꺼이 뜻을 모아준 국민의 덕”이라고 덧붙였다.
또 장애인 활동가 이형숙씨가 “장애인의 속도가 이것 밖에 안 돼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을 언급하며 “가슴에 간절하게 와닿았다. 우리 모두의 이동권과 이형숙님의 사과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적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