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와 공범 조현수(30)가 경찰의 검거망이 좁혀오자 자신의 은신처를 알렸지만, 형법상 자수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이씨와 조씨는 지난 16일 낮 12시25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 모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두 사람은 경찰 검거망이 좁혀오자 당일 오전 아버지에게 자수 의사를 밝혔고, 은신처인 오피스텔 건물의 15층으로 오도록 안내했다.
이미 은신처로 사용 중인 오피스텔 건물을 파악하고 탐문을 하던 경찰은 해당 건물 15층으로 간 뒤 복도로 나온 조씨를 만났다. 조씨는 은신처인 해당 건물 22층으로 경찰을 안내했고, 오피스텔 내부에 있던 이씨와 함께 체포됐다.
이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알리고 검거에 협조하긴 했으나, 이들의 행위를 형법이 규정하는 자수로 볼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이씨는 지난 16일 검거돼 인천지검으로 압송된 뒤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서는 조사를 받지 않겠다”며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조씨는 17일 오후까지 조사를 받았으나 진술을 회피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형법 제52조 ‘자수·자복’ 조항은 죄를 지은 후 수사기관에 자수한 경우에는 형량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죄를 뉘우치지 않는 피고인에게는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와 조씨는) 통상적인 자수와는 달리 단순히 자신이 위치를 알려준 경우라서 자수로 볼지는 판례 등 검토가 필요하다”며 “자수에 해당하는 요건을 갖췄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도 “이씨 등이 자수 의사를 표시한 것은 맞지만 형법상 자수인지 아닌지는 법원에서 판단할 부분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씨는 내연남인 조씨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24분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가로채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은 같은 해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 16일 경찰에 검거됐다. 공개수배 18일째, 도주 124일째 되는 날이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