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 영상’ 담보 잡고… “더 노출하면 이자 깎아줄게”

입력 2022-04-20 05:34 수정 2022-04-20 09:53
JTBC 화면 캡처

불법 사채업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미혼모의 상황을 악용해 ‘옷 벗은 영상’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깎아준다며 추가 영상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9일 JTBC에 따르면 미혼모 A씨는 한 사채업자로부터 옷 벗은 영상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가 “네 영상, 니 애 전부 다 노출하겠다. 세상 한번 힘들게 살아봐” 등의 문자를 받고 전화 협박에 고통을 겪었다.

A씨가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이들은 영상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했다. 이들이 요구한 건 또 다른 신체 노출 영상이었다.

불법 사채업자는 A씨에게 “내가 너한테 지금 돈을 달라고 하냐? 영상통화 보내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아니잖아”라고 말했다.

JTBC 화면 캡처

A씨는 “영상 통화해서 알몸으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운동을 하라고 했다”며 “그래야 연체 이자라도 빼지 않겠냐. 안 하면 영상을 유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하소연했다.

자신들이 소개한 곳에서 일하며 돈을 갚으라는 압박도 이어졌다. A씨는 “(사채업자가 소개하는 곳에)거기에 들어가. 내가 30만원 벌면 10만원 자기네 주고 나머지는 ‘네가 가져라’ 이런 거였다”고 했다.

미혼모 B씨는 아이 간식값과 옷값이 필요해 이 업체로부터 100만원을 빌렸다. 사채업자들은 B씨에게 일을 안 하고 있으니 최소한의 담보가 필요하다며 나체로 이곳에서 돈을 얼마 빌렸다는 영상을 음성이 나오게끔 찍어 보내라고 요구했다.

B씨가 망설이자 이들은 오히려 ‘n번방 사건 이후 영상이 유포되면 징역 10년을 받는다’며 안심시켰다고 한다.

B씨가 돈을 갚지 못하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하루 연체될 때마다 10만원씩 이자가 붙었다. 원금 100만원은 결국 300만원으로 불어났다. 사채업자들은 B씨에게 “한 시간 내로 전화해라. 아니면 인생 끝났다고 보면 된다”고 협박까지 했다. 견디다 못한 B씨는 결국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사채업자들은 여성들을 집중적으로 노려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고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5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돈을 빌릴 사람을 데려오면 한 명당 소개비 6만원씩을 주겠다며 다단계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모으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은 고소장과 관련 자료들을 토대로 이 사채업자 일당을 추적하고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