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잘못 탔다 스웨덴 입양된 5세 소녀, 43년 만에 가족 상봉

입력 2022-04-19 20:38 수정 2022-04-19 22:18
43년 만에 가족과 상봉한 임씨가 18일 서울 도봉경찰서를 찾아 수사 담당자였던 윤 경위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서울 도봉경찰서 제공

버스에 잘못 타 부모와 떨어졌던 다섯살 소녀가 마흔이 넘어 가족들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스웨덴에서 법의학 박사로 일하는 임수경(48)씨가 경찰의 도움으로 43년 만에 가족과 상봉했다고 19일 밝혔다. 임씨는 5살 무렵이던 1979년 노원구 상계동 부근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버스에 올라탄 뒤 그대로 실종됐다. 임씨 가족들은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임씨를 찾아다녔지만 그 후로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던 가족들은 최근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달해 장기 실종된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소식에 희망을 얻었다. 이들은 2018년 6월 서울 노원경찰서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지난해 2월까지 서울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에서 근무했던 도봉경찰서 소속 윤종천 경위가 2019년 7월 해당 사건을 이첩받았다. 윤 경위는 조사 끝에 국내 입양기관을 통해 임씨가 스웨덴으로 입양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스웨덴에 거주하는 임씨의 소재를 파악해 임씨와 임씨 어머니의 유전자 대조 분석까지 진행했다.

43년 만에 가족과 상봉한 임씨가 18일 서울 도봉경찰서를 찾아 수사 담당자였던 윤 경위와 인사하고 있다. 서울 도봉경찰서 제공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친자임을 확인받은 임씨는 2020년 1월 입국을 추진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가족 간 상봉은 이뤄지지 못했다. 임씨는 이후 2년간 가족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다가 지난 4일에야 고국 땅을 밟았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도봉경찰서를 찾아서 수사를 담당한 윤 경위와도 인사를 나눴다.

임씨는 “영화에서 나올 만한 일이 내게 일어난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놀랍다”며 “이 만남을 현실로 만들어준 윤 경위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