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주시, 무허가업체에 ‘84억’ 음식쓰레기 처리 맡겼다

입력 2022-04-19 17:25
제주 제주시가 음식물쓰레기 처리 위탁을 무허가업체에 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제주시 봉개동 음식물쓰레기자원화센터 내 건조 처리장. 문정임 기자

제주시가 한해 84억원을 투입하는 음식물쓰레기 위탁운영관리사무를 무허가업체와 수의 계약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감한 폐기물처리를 무자격 업체가 맡으면서 현장에선 공정 진행과 유해물질 처리에 문제점도 노출됐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제주시는 지난해 12월 봉개동 음식물쓰레기자원화센터 내 음식물류폐기물 처리업체를 변경하면서 공장 시설 허가와 폐기물처리업 허가가 없는 업체와 위탁 계약을 맺었다.

이 업체는 2022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제주시 음식물쓰레기 140t(1일)과 음식물쓰레기를 탈수한 뒤 남은 폐수 슬러지 33t(1일)을 건조처리하는 조건으로 연 83억9500만원을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제주시가 음식물쓰레기를 처리장으로 운반하면 업체가 파쇄, 선별, 탈수 과정을 거쳐 탈수 케이크와 폐수 슬러지를 건조처리하는 방식이다. 업체는 지난해 건조기를 설치하고 11월 시가동을 시작했다.

현행법상 민간 위탁업체가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가동시설 공장허가와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위탁을 주는 지자체는 업체의 허가사항과 전년도 용역 처리 결과 등 이행 실적을 토대로 심사해 선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업체는 폐기물처리 경력이 없는 신생업체로 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가 건조처리한 부산물이 지난해 시가동을 시작한 이후 출고되지 않은 채 보관장에 쌓이고 있다. 건조부산물은 수분 함수율이 15% 이하로 유지돼야 하지만 현재 보관중인 건조부산물은 손으로 잡으면 모양이 남을 정도로 수분 함량이 높은 상태다. 문정임 기자

역량 미달 업체가 폐기물처리를 맡으면서 현장에선 처리 미숙에 의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당초 제주시는 계약 당시 건조화 방식으로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장에는 건조 후 남은 부산물이 지난해 시가동 이후 한 번도 출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가동 시점을 기준으로 폐기물관리법상 중간가공폐기물의 최대 적치 기간인 120일을 이미 넘긴 것이다. 이곳에서 음식물 140t을 탈수 건조해 남는 건조부산물은 하루 17t. 시가동 이후 현재까지 기간을 계산하면 2430t 이상이 적치 중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재 보관 중인 건조부산물은 손으로 뭉치면 모양이 잡힐 정도로 수분 함량이 높은 상태로, 관련 법이 정한 음식물류폐기물건조분말 함수율 15% 이하 유지 기준을 한참 넘어선 상태다. 보관장에서는 강한 악취도 뿜어져 나오고 있다.

제주시는 “무허가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은 맞다”면서도 “수의계약은 광역 시설 준공 지연으로 현 처리장 사용기간을 재연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결정했으며, 허가 문제의 경우 사실상 직영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전해왔다.

그러나 제주시는 지난해 11월 제주도의회에 해당 업체에 음식물류폐기물 위탁 처리를 맡긴다는 내용의 민간위탁 동의안을 제출해 심의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의 설명처럼 직영이 아닌 위탁 계약을 맺었다는 의미다.

환경부 관계자는 “무허가업체에 폐기물처리를 위탁했다면 제주시와 해당 업체 모두 폐기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감독기관의 조사와 조사 결과에 따른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