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간 김오수 “검수완박, 돈 많은 범죄자만 이익”

입력 2022-04-19 17:22
김오수 검찰총장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검수완박' 법안 입법과 관련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오수 검찰총장이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시도에 대해 결연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김 총장은 이날 오후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참석해 비장한 표정으로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나열했다. 그는 미리 준비해 온 문건을 양손에 쥐고 “현재 발의된 법안이 통과될 경우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순서대로 말씀드리겠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①현행 제도 안착의 중요성 ②법률안과 개정절차 진행의 위헌 소지 ③송치사건 보완수사 폐지의 문제 ④중요범죄 직접수사 폐지 문제점을 차례로 언급했다.

김 총장은 “수사권 조정이 1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검찰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려는 것은 상처를 더 곪게 하는 것”이라며 “검찰 수사권 폐지의 중간단계로 볼 수 있는 현행 형사사법시스템이 시행된 지 1년 3개월이 지났지만 복잡해진 수사절차로 검경 간 사건 이송이 반복돼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그로 인해 국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호소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 부패 사건에서 죄명별로 수사가 달라져 수사를 효율적으로 하기 어려운 비합리적 상황이 발생했다”며 “검찰개혁을 계속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시행 중인 현 제도의 안착을 위해 법원·검찰·경찰·법조계 등 유관기관이 합심해 총력을 기울여야만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또 헌법에 명시된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언급하며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위헌 소지가 크다. 영장청구를 준비하는 행위, 즉 범죄사실 확인 절차는 그 자체로 영장청구권 행사 절차의 일환”이라고 했다.

그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검사는 경찰 기록만으로 혐의 유무를 결정한다는 것”이라며 “판사들도 피고인과 증인을 직접 보고 진술을 듣고 증거를 확인해서 유무죄를 결정한다. 그렇게 충분한 증거 없이 기소하면, 허점을 잘 이용할 수 있는 변호인을 선임하는 돈 많은 피고인 외에 누가 이익을 보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총장은 “검찰이 다 잘했다는 게 아니다. 성찰하고 반성하겠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 중립성에 대해선 국민들에게 철저히 점검받고 개선하겠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다만 “이 법안(검수완박)처럼 아무런 수사도 못 하게 하는 것은 오랜 기간 축적된 국가수사력을 그대로 사장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계를 제시하며 송치보완수사 폐지의 문제점도 부각했다. 김 총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보완수사제도 요구가 도입된 이후, 경찰 보완수사 기간이 6개월 넘는 게 전체의 24.4%, 1년 넘도록 답이 오지 않는 게 8.9%에 달한다”라며 “민주당 법안대로라면 보완이 필요한 사건을 무조건 경찰에 보내는 ‘핑퐁’이 계속된다.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본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이번 개정안은 70년간 운영돼온 형사사법제도 근간을 바꾸는 것”이라며 “법안을 현실화하기 전에 국회, 법무부, 경찰, 변호사협회, 학계, 시민단체 등 모든 이해관계인과 관심을 가진 단체들을 모아 충분히 논의하고 여야 합의를 거쳐 최선의 결론을 찾는 것이 선행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검찰수사권 폐지 법안과 관련해 의견을 밝히기에 앞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 총장이 발언을 마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김용민 의원은 “사과나 반성 한마디가 없다”고 쏘아붙였다. 최강욱 의원도 “현안이 있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출석을 거부하던 김 총장이 이런 식으로 나와 매번 쇼잉하고 있다. 낭송회 듣는 자리도 아니고”라고 비꼬았다.

김 총장은 “제가 성찰하고 반성한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전체회의에서 기회를 주신다면 정말 소상하게 말씀드리겠다. 2019년 검찰개혁에 관여했던 저로서는 드리고 싶은 말이 오히려 더 많다”며 법사위에 재차 출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