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에서 분할해 출범한 SK스퀘어와 KT가 자회사 상장에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통신사업에 가려 저평가됐던 자회사의 사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취지다. 핵심 사업인 통신 분야가 ‘제자리 걸음’을 하자 비통신 사업을 통한 성장이 한층 중요해졌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SK스퀘어 자회사인 SK쉴더스와 원스토어는 다음 달 중으로 상장을 본격화한다. 첫 주자는 SK쉴더스다. SK쉴더스는 다음 달 3~4일 국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예측 수요를 진행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할 계획이다. 공모 주식수는 2710만2084주, 공모가 범위는 3만1000~3만8800원이다. SK쉴더스 계획대로라면 공모금액은 8402억~1조516억원에 달한다. 시가총액은 최소 2조8005억원에서 최대 3조5052억원에 이른다. SK쉴더스 상장 예정 시기는 다음 달 중·하순이다.
SK쉴더스는 국내 사이버보안 1위 SK인포섹이 물리보안 기업 ADT캡스를 흡수합병하면서 출범했다. 지난해 사명을 SK쉴더스로 바꾸고 ‘라이프 케어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했다. 보안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스퀘어 자회사 가운데 가장 먼저 상장을 추진했던 원스토어는 한 차례 일정을 연기한 끝에 다음 달 9~10일 수요예측, 같은 달 12~13일 일반 청약을 거쳐 기업공개(IPO)에 뛰어든다. 공모가 희망범위는 3만4300~4만1700원으로 시가총액은 최대 1조1110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원스토어는 구글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앱스토어 시장에서 나름의 입지를 다지며 자리 잡은 ‘토종 앱 마켓’이다.
두 회사 외에도 티맵모빌리티, 11번가, 콘텐츠웨이브 등의 SK스퀘어 자회사들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IPO에 도전장을 내민다. SK스퀘어는 계열사 IPO 등으로 현재 26조원 규모인 자산을 2025년 75조원까지 키울 계획이다.
KT도 자회사 케이뱅크, 밀리의서재 등의 ‘상장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KT의 지배구조를 ‘지주형 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었다.
지주형 회사로 KT를 두고 자회사들을 주식시장에 상장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KT는 콘텐츠 분야에서는 스튜디오지니, 금융에선 BC카드 산하에 케이뱅크를 두는 식으로 그룹의 사업구조를 재편해왔다.
통신사들의 적극적인 자회사 IPO 행보는 통신사업의 성장 한계와 맞물려 있다. 초고속 인터넷 등의 유선통신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5G 이동통신도 기대만큼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회사 전체에서 통신사업 비중이 크지만, 인공지능(AI) 등의 ‘탈통신 사업’이 통신 그늘에 가려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지난해 자회사 상장으로 대박을 친 다른 회사들의 사례를 보면서 통신사들도 미래 사업을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