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9일 현 정부 외교안보 당국자들을 만난 데 이어 20일부터 새 정부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과 연쇄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공조를 협의하는 동시에 5월 21일쯤으로 조율 중인 한·미 정상회담 관련 논의까지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19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면담했다. 두 사람은 북한이 상황 악화 조치를 자제하도록 한·미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미국이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음을 재확인하면서도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오후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 안정적인 정세 관리 등에 대해 논의했다.
22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에 머무는 김 대표는 20~21일 양일간 주로 새 정부 인사들과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오전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만난다. 박 후보자는 19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와의 면담 계획을 공개하며 “북한의 위협에 대해 한·미 간 공조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는 21일 오전쯤 회동하는 쪽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김성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 분과 간사와 비공개로 식사를 같이하는 일정도 잡고 있다. 또 최근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 부단장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과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면담 계획은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차관보급인 김 대표의 직급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북한은 금강산에 있는 남측 시설인 아난티 골프장 리조트 단지를 모두 철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소리(VOA)방송은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의 17일 촬영 사진을 분석한 결과 아난티 골프장 리조트의 중심부 건물을 비롯해 주변 8개 건물의 지붕과 외벽이 모두 해체돼 콘크리트 토대만 남았다고 19일 보도했다.
금강산 지구 내 또다른 남측 자산인 해금강 호텔 해체도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 VOA는 전했다. 이런 철거 작업 속도라면 조만간 금강산의 남측 시설이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질 전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9년 10월 금강산 시찰 때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