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펀드사고에 은행·증권사 펀드판매 평가 낙제점

입력 2022-04-19 16:06 수정 2022-04-19 16:15
2021 온라인 펀드판매 채널 평가 결과 자료.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제공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펀드 등 펀드 상품을 둘러싼 사고가 연달아 터진 가운데 지난해 주요 은행·증권사의 펀드판매 평가 점수가 100점 만점에 40점을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들이 판매실적보다는 금융소비자보호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은 ‘2021 온라인 펀드판매 채널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온라인 채널 펀드판매 규모를 기준으로 은행 6곳, 증권사 12곳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결과를 보면 금융회사 18곳은 전체 평균 39.9점을 기록하는 등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은행업권 평균은 45.8점으로 증권사(36.5점)에 비해 다소 높았지만 여전히 반타작도 하지 못한 모습이다.

그나마 양호한 평가를 받은 상위 5개사 중 3개사는 국책은행(IBK기업은행)과 특수은행(NH농협은행·NH투자증권)이 차지했다. 민간 금융사 중에서는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가 각각 3, 4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을 차지했다.

조사 결과 일부 증권사들은 펀드를 판매하며 고객에게 제공하게 돼 있는 ‘투자성향 분석’을 유명무실하게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를 다시 확인할 수 없도록 해놓거나 분석 결과도 보여주기 전에 펀드를 추천하는 등 사례가 적발됐다. 적정 투자성향보다 위험한 상품에 가입하려 하면 성향 재분석을 유도해 사실상 불완전판매를 시도하기도 했다.

펀드상품에 대한 설명의무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모바일 가입채널에서는 투자설명서 다운로드가 불가능한 곳들이 많았고 계약해지권 등 소비자권리 안내도 부실했다. 펀드평가등급·원금손실가능성·손익발생기준 등 기본적인 투자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모바일 가입채널의 경우 간편하게 펀드가입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독성·정보접근성이 뒤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됐다.

금융회사들의 이 같은 저조한 펀드판매 평가결과는 지난해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펀드 사고가 잇달아 터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 같은 사고들이 우연이나 단발성 사고가 아니라 금융사의 부실관리가 키운 사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소비자보호재단은 “코로나19로 펀드 가입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온라인 채널의 금융소비자보호 수준은 아주 미흡하다”며 “온라인 판매는 금융사가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일방향 소통채널인 만큼 더 세심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