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호영 딸·아들 ‘의대 편입’ 심사위원장, 알고보니 ‘1년 선배’

입력 2022-04-19 15:45 수정 2022-04-19 16:43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딸·아들이 응시했던 2017·2018학년도 경북대 의대 편입학 전형에서 정 후보자의 경북대 의대 1년 선배인 A교수가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사실이 19일 확인됐다.

정 후보자가 아들 정모(31)씨의 편입학 전형 전후 A교수를 여러 차례 만났던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정 후보자는 경북대 의대 79학번이며, A교수는 경북대 의대 78학번으로, A교수는 정 후보자의 경북대 의대 1년 선배다.

다만, 정 후보자 측은 딸·아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 과정에서 특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정 후보자와 친분이 있는 대학 1년 선배 A교수가 정 후보자의 딸·아들의 편입 전형 과정에서 총 책임자였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해충돌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일보 취재와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편입 관련 자료를 종합하면, A교수는 정 후보자의 딸·아들이 응시했던 경북대 의대 학사 편입학 과정 당시 경북대 의과대 학장이면서 의학전문대학원장을 동시에 맡고 있었다.

이에 따라 A교수는 서류와 면접, 구술평가 등 모든 편입 과정의 전형 심사위원장을 맡아 편입 전형을 총괄했다.

실제로 A교수는, 다른 심사위원들이 정 후보자 딸과 아들의 서류·면접·구술평가에 채점했던 서류에 자신의 서명을 했다. 사실상 편입생을 선발하는 최종 책임자였던 셈이다.

문제는 정 후보자의 자녀가 경북대 의대 편입학 전형에 지원하기 전부터 정 후보자와 A교수가 친밀한 관계였던 점이다.

경북대 의대 동창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정 후보자와 A교수는 2017년 8월 경북 경산 인터불고CC에서 열린 제14회 경북의대 동창회 골프대회에 같이 참석했다.

정 후보자의 아들이 같은 해 10월 12일 경북대 의대에 학사편입 입학원서를 제출하기 불과 두 달 전이었다. 당시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장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동창회 골프대회에 참석만 했을 뿐, 골프는 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선후배 관계이면서, 경북대 의대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정 후보자와 A교수는 2017년 11월 23일 대구 수성구의 한 중국 음식점에서 열린 경북대 의대 동창회 모임에서도 만났다.

이날은 정 후보자 아들이 지원했던 경북대 의대 편입학 전형 1단계 서류전형 합격자가 발표되는 날이자, 면접과 구술평가가 이뤄지기 약 보름 전이었다. 수험생의 아버지인 정 후보자와 면접·구술평가위원장인 A교수가 전형 기간 도중에 만남을 가진 것이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같은 해 12월 9일 면접과 구술 평가를 치렀다. A교수는 3명의 면접위원과 9명의 구술평가위원 등 12명의 채점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정씨를 심사했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같은 해 12월 22일 ‘특별전형’으로 경북대 의대 편입에 성공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강당에서 자녀 의과대학 편입학 특혜 및 병역비리 등 의혹 관련 해명 기자회견에 앞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이한형 기자

정 후보자와 A교수는 정씨의 편입 전형 이후에도 관계를 이어갔다. 두 사람은 2018년 2월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74회 경북대 의대 부산동창회 정기총회 자리에 동석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강단에 올라 축하 인사를 했다.

이후 두 사람은 2018년 9월 13~16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주 경북대 의대 동창회에 동행했다.

두 사람은 또 2019년 2월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경북대 의대 재경동창회와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북미주 동창회에도 함께 참석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정 후보자가 두 자녀의 입시 총괄 책임자와 아들의 입시 전형 전후 여러 차례 만난 것이 확인됐다. 이 만남은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 후보자가 이해충돌 의혹을 사지 않으려면 그런 만남을 피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A교수는 국민일보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경북대 의대는 전통적으로 학장이 입시문제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며 “오래 전 일이라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박세환 안규영 김승연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