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이 존경하던 ‘은둔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 타계

입력 2022-04-19 13:57 수정 2022-04-19 17:23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 (c)Decca- Mary Roberts

‘은둔의 피아니스트’로 불린 루마니아 출신의 거장 라두 루푸가 76세로 타계했다. 루마니아 에네스쿠 국제 페스티벌과 루푸의 에이전트는 오랜 지병을 앓아온 그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밤 스위스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18일 발표했다.

루마니아 갈라티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1960~68년 러시아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66년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67년 루마니아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 69년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세계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69년 런던에서 성공적인 데뷔 이후 유럽과 미국의 다양한 공연장 무대에 서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특히 슈베르트, 브람스, 모차르트, 베토벤, 바르톡 등의 해석은 다른 연주자들에게 깊은 영감을 줬다는 찬사를 받았다. 세계 정상의 연주자였지만 평생 20장이 겨우 넘는 음반을 발표했으며 1996년 다니엘 바렌보임과의 듀엣 이후엔 일절 녹음하지 않았다.

그는 연주에 앞서 건반의 무게를 일일이 지정하고 의자도 통상적인 피아노 벤치 대신 등받이 의자를 요구하는 등 까탈스러운 성품으로 유명하다. 또한 ‘은둔자적 성향’으로 언론 인터뷰는 아예 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료 음악가들은 그가 매우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는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로 불릴 만큼 많은 피아니스트의 존경을 받았다. 한국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루푸를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로 꼽은 바 있다. 조성진은 루프와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녹음해 친분이 있던 정경화에게 부탁해 루푸의 레슨을 받기도 했다. 한국 공연은 지난 2012년 독주회와 정명훈 지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와 협연을 가진 것이 유일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