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에 침묵 지키는 尹…‘검찰 대통령’ 프레임 경계

입력 2022-04-19 11:09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서울국제포럼(SFIA) '복합위기 극복과 글로벌 중추국가 도약을 향한 경제안보 구상'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 취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움직임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은 19일에도 “차기 정부의 인수를 앞두고 지켜보고 있다”고만 밝혔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3월에는 “검수완박은 헌법 정신의 파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그랬던 윤 당선인이 현재 검수완박 논란에 거리를 두는 배경에는 검찰 관련 이슈에 개입하는 순간 ‘검찰 대통령’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검수완박과 관련해 “이 문제가 지금 국회에서 뜨겁게 논의되는 만큼 당선인도 차기 정부의 인수를 앞두고 지켜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선인은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출범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지금 가장 몰두하고 있는 것은 민생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가 오로지 국민의 삶에 집중해 민생을 회복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지혜를 발휘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배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검수완박 사태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차분히 이 상황을 고심하고 있다는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지난 8일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났을 때도 “나는 검사 그만둔 지 오래됐고, 형사사법제도는 법무부하고 검찰하고 (논의)하면 된다”며 “나는 국민들 먹고 사는 것만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이던 지난해 2월 1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검찰총장이던 때와는 극명하게 달라진 태도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총장직에서 사퇴하기 직전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검수완박에 대해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윤 당선인이 당시 총장직에서 물러난 것도 민주당이 추진하던 검수완박이 가장 큰 이유였다.

민주당이 다시 밀어붙이고 있는 검수완박에 대해 윤 당선인이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으면서 대신 민생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검찰 관련 이슈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대선 이후 윤 당선인에게 ‘검찰 대통령’ ‘검찰 공화국’ 꼬리표를 붙이며 공세를 펼쳐 왔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지금도 검찰 공화국이 됐다는 공세가 난무하는데 당선인이 검수완박에 대해 한마디라도 하는 순간 어떻게 되겠느냐”며 “당선인이 검찰 관련 이슈와 거리를 두고 민생에 몰두하는 것이 오히려 검찰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