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국회 다 겨냥한 文… 국힘 “자기부정” 민주 “…”

입력 2022-04-19 05:08 수정 2022-04-19 09:48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 앞에서 김오수 검찰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반발해 사직 의사를 밝혔던 김오수 검찰총장과 면담에서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 국회의 입법도 그러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반응이 엇갈렸다.

문 대통령 발언은 검찰의 자기 개혁을 요구한 동시에 국회의 입법 절차 역시 국민 눈높이에 맞춘 것이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국민의힘은 “국민이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는 메시지를 두고 “무책임한 자기부정”이라고 비판하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민주당은 문 대통령 메시지에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속도전을 강행할 방침을 고수했다.

국민의힘 “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 부추겨”
이날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이 김 총장과 면담에서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국민이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부추기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게다가 검찰총장을 임명한 이는 다름 아닌 문 대통령 아닌가”라며 “그런 총장이 이끄는 검찰이 잘못했다면 그 책임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도 있을 것이다. 무책임한 자기부정”이라고 지적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검찰을 만들겠다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앞에서 ‘검찰의 역할을 다해 달라’는 어불성설을 듣기 위해 김 총장이 직을 건 것은 아닐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법치를 위협하는 ‘검수완박’에도 임기 내내 지속됐던 ‘딴 세상 인식’을 보여주는 대통령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간곡히 당부드린다. 제발 이 소모적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 달라”고 했다.

별도 입장 안 밝힌 與…원내대표 “4월 중 처리” 고수
같은 날 민주당은 문 대통령 메시지에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민주당 내부는 검수완박 입법에 반발하는 검찰 기류와 여당의 강행 분위기 모두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되는 문 대통령 발언의 진의에 해석이 분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속도전이라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밤 KBS와의 인터뷰에서 “4월 중에는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강행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철저하게 국회법에 정한 절차를 준수하려 한다”며 “그 과정을 뛰어넘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다들 아전인수로 해석하고 있지만 검찰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분명한 언급이 있던 만큼 (수사권 분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있다는 것은 재확인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의 한마디에 해석을 맞부딪히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입법 과정에 있으므로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이날 김 총장은 문 대통령과 면담에서 신임 의사를 확인한 뒤 사표를 철회했다. 그는 대검찰청 퇴근길에 “공직자는 임명권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필사즉생의 마음이었는데, 마지막까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취재진에게 밝혔다.

문 대통령의 김 총장 신임으로 검찰 내부에서 ‘집단 사표’ 등 항명 파동은 일단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전국 고등검찰청 검사장들은 이날 긴급회의 이후 “앞으로 총장을 중심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해 법안의 문제점을 충분히 설명드리겠다”고 했다.

아래는 청와대가 밝힌 문 대통령과 김 총장의 면담 결과 내용이다.

<4/18(월) 김오수 검찰총장 면담 결과 서면 브리핑 >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오후 김오수 검찰총장을 70분간 면담했습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법률안 내용에 대한 우려를 설명하고, 단순히 법률안에 대해 반대만 한 게 아니라 대안도 제시했습니다. 김 총장은 충분히 의견을 개진했고, 문 대통령은 경청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김오수 검찰총장에 대한 신뢰를 표하고, 검찰총장은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없으니 임기를 지키고 역할을 다할 것을 당부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검찰 내의 의견들이 질서있게 표명되고, 국회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검찰총장이 검사들을 대표해서 직접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용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총장이 중심을 잡아야 하고 그것이 임기제의 이유이기도 하다. 검찰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

국민들이 검찰의 수사 능력을 신뢰하는 것은 맞지만,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강제수사와 기소는 국가가 갖는 가장 강력한 권한이고, 따라서 피해자나 피의자가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검찰 수사가 항상 공정했다고 말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법제화와 제도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검찰에서도 끊임없는 자기 개혁과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국회의 입법도 그러해야 한다.”

2022년 4월 18일

청와대 대변인 박경미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