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균 마포구청장 “집, 돈, 쌀이 없으면 구청에 오시라”

입력 2022-04-19 07:00 수정 2022-04-19 07:00

유동균 서울 마포구청장은 “공무원이 뛰면 구민이 편하다”며 “집, 돈, 쌀이 없으면 구청에 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구청장은 19일 마포구 청사에서 가진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공무원이 뛰면 구민이 편하다. 전국 최고가 아니면 전국 최초가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20년 시작한 ‘무엇이든 상담창구’를 예로 들며 “도와줄 가족이 없어도, 집이 없어도, 쌀이 없어도 구청에 오면 우리가 다 해주겠다”며 “구청이 어려운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게 바로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행정은 서비스다. 시민의 삶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울타리 사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주거 서민에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마포 하우징’이다. 유 구청장은 “주택값이 아무리 떨어져도 내 집 없는 사람이 더 많다”며 “처음엔 주택값 하락 등의 문제로 반대가 많았지만 지금은 사업 실패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던 서민에게 주택을 제공하면서 이처럼 보람된 일이 없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일례로 사업 실패로 딸 둘과 함께 고시원 방 2개를 50만원씩 주고 임대해 살았던 한 가정을 소개했다. 그는 “남편이 막노동하며 고시원 임대료를 내고 있었다”며 “주거비가 줄었으니 그만큼 돈을 모아 전세금을 마련해 이사하시라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물에 사람이 빠져있으면 공무원은 무조건 뛰어들어 구조할 각오로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행정 업무에 대해 “소외된 사람, 약자를 위한 정책이어야 한다”며 “어렵고 힘든 사람일수록 정보에 약하다”고 말했다. 혜택을 받을 수 있음에도 구청 사업을 잘 몰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유 구청장은 “‘있는 사람’은 정보가 빠른데 없는 사람은 구청의 지원 사업 자체를 모른다”며 “재난지원금의 경우에도 신청을 빨리했던 사람들은 지원 대상자 중 상위그룹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동사무소를 통해서 일일이 지원 사업 대상자를 확인하고, 적절하게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유 구청장은 중점 사업이었던 ‘500만 그루 나무 심기’에 대해서도 “생일, 승진, 졸업 같은 기념일에 나무를 심게 하자는 게 구민에 다가가는데 주효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좋은 기념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아들의 사망 등 안 좋은 날은 기념하는 경우도 있더라”며 “세상을 떠난 아들이 좋아했던 라일락을 심으며 어머니가 우시는데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최근 극심해진 자산 격차에 대해선 “개인은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구청은 공익을 볼 수밖에 없다”며 “모든 욕구를 다 들어주면 아파트는 하늘을 찌르고, 공동재산이 다 사유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년, 신혼부부, 독립유공자 후손 등 행정이 지원해야 될 사람들이 있고, 주민의 욕구를 무시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는 설득해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