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카드, 검수완박 불덩이에 기름 부은 격”…국민의힘 한숨

입력 2022-04-18 18:12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일전불사’의 전의를 다지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은 한 후보자를 앞세워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한 후보자 지명이 민주당의 검수완박 드라이브에 동력이 됐다”는 한숨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18일 “한 후보자 지명은 검수완박이라는 불덩이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자 지명이 검수완박 정국에서 국민의힘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민주당 내부에서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 보이콧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그것은 백기투항 아닌가”라며 “논리적으로 대화 나눌 자신이 없다는 얘기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민은 한 후보자를 검증해달라는 것인데, 보이콧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 측은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민주당의 검수완박 주장을 깰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윤 당선인 측은 민주당의 청문회 보이콧 움직임도 논리 싸움에 자신감이 없는 것으로 몰아 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 관련 원내대표-법사위원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속내가 복잡한 상황이다. 윤 당선인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된 한 후보자 지명에 공개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후보자 지명이 민주당의 검수완박 드라이브에 명분이 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기류가 확연하다.

한 영남권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에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지금까지 검수완박 추진은 아무런 명분이 없었는데, 한 후보자를 지명하자 민주당이 검찰공화국을 막겠다는 식의 논리를 들고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172석의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밀어붙일 경우 이를 제지할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민주당을 설득해 협치를 해야 하는 국면에서 한 후보자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 황당함을 느낀다“면서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응책까지 치밀하게 준비한다고 들었는데 우리로선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 후보자를 적극 엄호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한 후보자를 두고 암 덩어리, 대국민 인사테러, 망국 인사, 소통령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과민 반응을 보이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