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푼 돈의 역습이 본격화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여 년 만에 4%대로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고, 부동산 역시 부동산 정책 실패로 현 정부 임기 동안 거의 쉼 없이 오른 데 이어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을 타고 들썩이고 있다. 물가와 집값이 동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서민들의 시름도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국민일보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주택 가격 상승 추이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된 2020년 이후 현재까지 물가와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3년 연속 물가와 집값이 동반 상승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만 해도 0.5%에 그쳤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2.5%로 커졌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공급망 문제 등으로 인한 고유가와 농산물 물가 급등으로 4%대 상승 가능성까지 나온다. 2011년(4.0%) 이후 11년 만에 4%대 물가 상승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주택 가격 역시 쉼 없이 오르고 있다. 정부 통계인 한국부동산원 기준 2020년 전국 주택가격은 5.4%에서 지난해 9.9%로 상승 폭이 커졌다. 민간 통계인 KB국민은행 기준으로는 지난해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이 20.2%로 더 크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까지 KB 기준 전국 주택가격이 0.3%로 보합세를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 기대감 등으로 올해 주택가격 상승 전망이 우세하다.
물가와 집값은 연관성이 그리 크지는 않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19일 “물가는 유가, 기후 상황 등 대외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반면, 집값은 부동산 정책과 주택 수급 상황 등 정책 변수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실제 고물가가 이어졌던 이명박정부 시절(2008~2012년)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제한됐다는 평가가 많다. 직전 노무현정부 시기 집값이 많이 올랐던 데 따른 피로감과 이명박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집중 공급 등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정책 영향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반대로 물가는 안정됐지만, 집값이 들썩이던 때도 있었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로 전년(1.3%)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집값은 오히려 2014년 1.7%에서 이듬해 3.5%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최근 물가와 집값의 동반 상승세는 코로나 극복 차원에서 이어진 저금리와 재정 지출 등 유동성 확대 정책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자연히 화폐 가치는 떨어지고 실물자산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정책 요인보다는 ‘코로나 유동성’ 영향이 더 크다고 주장해왔다.
물가, 집값 동반 상승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시중의 유동성을 줄이고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교수는 “앞으로는 재정을 풀어 유동성을 늘리는 정책을 되도록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