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비트코인, 21세기 첫 ‘빅스텝’ 공포 이겨낼까

입력 2022-04-18 17:32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서울 서초구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지난 12일 비트코인 차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유동성 축소 압박을 이겨낼까.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연준의 21세기 첫 ‘빅스텝’(기준금리 50bp 인상)을 앞두고 급락했다.

비트코인의 국제 시세는 18일(한국시간) 오후 5시 현재 미국 가상화폐 시가총액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3.42% 하락한 3만8921달러(약 4805만원)로 집계됐다. 해외보다 비싼 가격에 매매되는 국내 거래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비트코인은 같은 시간 빗썸에서 4880만원, 업비트에서 489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새벽만 해도 4만 달러를 웃돌았다. 오전 8시쯤 3만9000달러대로 내려가 잠시 횡보하다가 오후 1시쯤 다시 급락세로 전환돼 3만8000달러대까지 밀렸다. 불과 반나절 만에 비트코인 1개의 가치에서 200여만원이 증발한 셈이다.

가상화폐 시총 2위이자 대체불가토큰(NFT)의 근간인 이더리움은 비트코인보다 큰 낙폭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4.67% 하락한 2896달러(약 357만원)를 가리키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다음달 3~4일 열리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가 50bp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약세를 이어왔다. 50bp는 0.5%포인트를 말한다. 연준은 21세기 들어 이런 비율로 금리를 한 번에 인상한 적이 없다.

연준은 ‘코로나 불황’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2020년부터 시장에 돈을 풀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동반했다.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 코로나19 변이 확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으로 고물가는 계속됐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시장으로 풀린 유동성 축소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1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해 지난달에 끝냈다. 테이퍼링 종료와 동시에 금리를 25bp 인상해 긴축을 시작했다.

월스트리트 금융·증권가는 연준이 다음달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50bp 올리는 ‘빅스텝’을 밟고,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를 시작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제 유동성 축소가 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경우 주식보다 더 큰 위험자산으로 평가되는 가상화폐 시장의 약세를 예상할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이더리움을 포함한 가상화폐 시장의 이날 하락세는 유동성 축소에 따른 시장의 공포로 설명된다. 미국 가상화폐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유동성과 일부 거래소 주문량의 감소로 시장이 악화될 수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적으로 더 내려갈 우려가 남았다”고 분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