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협약 발효 코앞, 무엇 달라지나… 경총 “지나친 노조권한 강화”

입력 2022-04-18 17:19 수정 2022-04-18 17:21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 발효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산업현장에 미칠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재계는 노동조합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돼 노사관계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오는 20일 발효되는 ILO 핵심협약은 세 가지다.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98호)과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 강제 또는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29호)이 그것이다.

협약에 따라 근로자가 아닌 외부인의 노조 가입·활동이 가능해진다. 다만 이들은 노조 임원이 될 수 없다. 애초 한국의 노조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도록 했다. 정부는 ILO 협약과 국내법 충돌을 피하기 위해 협약과 배치되는 일부 내용을 정비하는 식으로 노조법을 개정했다.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도 그렇게 개정됐다. 공무원도 노조를 결성할 자유를 얻었고, 실업자와 해고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발효가 20일부터지만, 이미 법 개정 및 시행령 등으로 산업계에서 받을 충격파를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계는 “ILO 핵심협약 발효로 현행 노조법이 지나치게 노동계 편향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시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8일 ‘ILO 핵심협약 국내 적용 개시에 따른 문제점과 대응 방안’ 보고서를 내고 “교섭 질서 혼란과 분쟁 확대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가 노조를 만들고, 핵심협약을 근거로 기업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거나 정치·사회적 이슈를 단체교섭 요구 사항으로 제시하는 식으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준희 경총 노사관계법제팀장은 “기업 종업원이 아닌 사람이 노조 구성원으로 참여하게 되면 그 노조의 성격이 이념적, 정치적으로 바뀔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노조법 개정 이후 이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꽤 있다고 한다.

노동계가 국내의 개별 노사관계 이슈를 국제 이슈화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지금까지는 법 해석 또는 개정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면 법원으로 달려갔지만, 앞으로는 ILO에 제소하는 형태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경총은 ILO 핵심협약 발효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국내법 적용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ILO 핵심협약을 국내법의 상위개념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아니다. 원칙적으로 동일하게 보는 게 맞다. 오히려 ILO 협약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우리의 노조법 규정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