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공약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 충청은행 모습은 중소기업 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기반의 투자은행(IB)이 유력하다.
인수위 관계자는 18일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에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키워드는 중소기업 금융 전문, 인터넷 기반, 기술 특화 IB 세 가지”라고 말했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은 윤 당선인의 지역 공약이다. 그는 지난 1월 대전 유세 현장에서 “충청권을 연고로 하는 지역 은행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제주에는 지역 이름을 딴 은행이 존재하지만 충청·강원에는 없다. 충청권은 1968~1971년 충청은행·충북은행이 설립됐으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산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하나은행·조흥은행(현 KB국민은행)에 각각 합병됐다.
새 은행은 충청권 산업 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재 충청권에는 오송 등 충북 바이오 밸리, 천안·아산 등 충남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 전지 산업단지, 세종 미디어센터의 조성과 관련한 기업 금융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수요가 큰 상황이다. 이들 중 기존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새 은행은 본점을 대전에 두고 오송·천안·아산·세종·청주·서산 등에 지점을 하나씩 내는 방안이 거론된다. 지점 수가 많지 않은 만큼 영업의 상당 부분이 비대면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애초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자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지역 밀착형 관계형 금융을 공급하고 일자리 창출을 더 확대하려면 지점을 둔 일반 은행 형태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지식재산권(IP) 담보대출도 공급할 것으로 기대된다. 카이스트와 대덕 밸리가 있는 대전에는 초기 수준이지만 사업성이 뛰어난 IP가 많다. 이를 담보로 대출을 내주거나 보증·투자할 금융사가 필요한데 위험도가 높아 시중은행의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를 새 은행이 담당할 경우 충청권의 지역내총생산(GRDP)을 늘려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할부금융사 등 자회사를 신설해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설립 자본금으로는 적게는 3000억원, 많게는 7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은행 설립 최소 자본금 요건은 250억원이지만 이 정도 규모로는 금융을 충분히 공급하기 어렵다. 출범 초기 자본금을 3000억원 확보한다면 최대 3조원의 대출 등을 내줄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대전시와 충남·북도는 향토 기업 등을 대상으로 출자자 모집에 나선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충청권 재계에서는 ‘우리도 지역 이름을 단 은행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라면서 “금리 상승기에는 은행 수익성도 좋아 출자자 모집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