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명나라 법전 ‘대명률’ 판본을 장물업자에게 사들인 뒤 물려받은 가보인 것처럼 속여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한 사설 박물관 운영자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A씨 아들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내려졌다.
경북 영천에서 사설 박물관을 운영하는 이들 부자는 2012년 장물을 취급하는 B씨에게서 1500만원을 주고 대명률을 샀다. 대명률이 문화재로 지정되면 1000만원을 더 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대명률은 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황제 즉위 1년 전인 1367년 편찬에 착수해 1373년 완성한 형법전으로 조선의 법전에도 영향을 미쳤다. 부자가 손에 넣은 대명률은 1389년 명나라에서 수정 편찬된 책의 판본으로 현재 중국에 남아있는 1397년 반포본보다도 오래된 희귀본이다.
이들은 이 대명률을 시청으로 갖고 가 문화재 신청을 하면서 ‘선친에게 받아 소장하고 있다’고 허위 기재했다. 결국 장물로 구입한 대명률은 2016년 보물 1906호로 지정됐다.
그런데 A씨 부자는 보물 지정 뒤에도 B씨에게 약속한 1000만원을 주지않았다. 문제의 대명률도 경찰 수사 결과 1998년 경주 한 고택에서 도난당한 물건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B씨가 수사에 협조하면서 부자의 범행도 덜미가 잡혔다.
1심 재판부는 “대명률 취득 경위에 대해 거짓 주장을 하고, 죄질이 상당히 나쁜데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A씨에 징역 5년, 아들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심도 유죄를 인정했지만 정상을 참작해 감형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