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QR코드로 주민 치안 수요 파악”… 비대면 시대 경찰의 실험

입력 2022-04-18 16:44
성북서 경찰들이 직접 주민자치센터에 비치한 홍보포스터. 서울 성북경찰서 제공

서울 경찰이 민원인의 대면 요청이 접수된 이후 치안 수요를 파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선제적으로 주민 의견을 물어보며 맞춤형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대면 민원 건수가 줄어들자 일종의 ‘찾아가는 치안 서비스’에 나선다는 취지다.

1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성북경찰서는 최근 관할 내 순찰 대상지를 기존 107곳에서 130곳으로 늘렸다. 지역 주민들의 치안 수요를 반영한 결과다. 앞서 성북서는 ‘코로나19 안전한 지역사회를 위한 범죄예방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이 먼저 주민들의 치안 수요 설문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현장에 반영한 건 서울에서 처음이다. 성북서 생활안전과 소속 경찰들은 지난달 초부터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치안 대책 방안을 논의했다. 기존에는 주민들이 직접 경찰서를 찾아 애로 사항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코로나 탓에 민원 전달이 크게 줄면서 치안 수요를 파악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성북서는 QR코드를 활용해 직접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비대면 설문조사는 수월하지 않았다. 그동안 경찰은 실종아동찾기나 홍보영상 페이지에 연결하는 정도로만 QR코드를 활용해왔다.

경찰관들이 직접 포스터를 제작했다. 독학으로 포스터 제작 툴을 익히고 QR코드 생성 방법도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며 익혔다고 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A4용지에 QR코드가 담긴 포스터를 프린트한 뒤 주민센터 12곳과 관내 카페 등 20곳이 넘는 장소에 비치했다.

설문지에는 주거지 인근에서 범죄를 경험한 적 있는지, 어떤 방범 시설물이 효과적인지 등을 묻는 질문이 담겼다. 설문에는 주민 375명이 참여했다.

경찰은 ‘방범이 추가로 필요한 지역’ 항목에 집중했다. 유대옥 생활안전계장은 “코로나19로 면밀하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우범지역을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됐다”며 “주민 의견이 반영된 순찰 지역에서 범죄 불안감이 낮아지고 있는지 등을 추가 조사하는 사후 작업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북서에서의 실험은 서울 전역으로 확대돼 현재 남대문서와 금천서, 강동서에서도 QR코드를 활용한 치안 수요 파악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박민지 이의재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