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차라리 경찰서라도 보내 달라”며 “십수년 간 쌓은 수사 경험을 토대로 수사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진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권이 사라질 경우 부정부패 범죄 수사의 공백이 우려된다며 “어디든 좋으니 공터에 텐트라도 쳐 놓고 저를 불러 달라. 하루의 공백도 없이 수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호소했다.
차호동(43·사법연수원 38기) 대구지검 검사는 18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며 이 같이 말했다. 차 검사는 “지난해 초 텔레그램 n번방 수사로 문재인 대통령님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평검사”라며 “수사관님과 모텔방에서 한 달간 숙식하며 디지털 성범죄를 밝혀내던 순간을 대통령님께서 인정해주신 것 같아 벅차오른 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수완박 법안의 다른 내용은 차지하더라도, 개정 형사소송법 제217조가 어떻게 개정돼있는지만이라도 한 번만 읽어봐 주시기를 (문 대통령께) 간청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제217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압수한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을 때 지체 없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기존 규정에서 ‘검사’를 삭제하고 ‘사법경찰관’만을 주체로 남겼다.
차 검사는 “규정 자체로 헌법 위반이고 이번 법안이 얼마나 아무런 검토도 없이 급조됐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며 “이러한 법안이 시행돼 우리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힘써 주시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당장 8월이 되면 19세기 이후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틀이었던 검찰 제도 자체가 없어진다”며 “수사할 수 없는 저를 차라리 경찰서로 보내 달라”고 말했다. 차 검사는 “제 수사경험을 토대로 경찰관님들과 함께 도움을 드리면서 수사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차 검사는 이어 “검사인 저는 특검이든, 중수청이든, 한국형 FBI든 조직, 예산을 만드는 데 몇 년이 걸리는 동안 증발해 버릴 범죄를 눈뜨고 지켜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어디든 좋으니 공터에 텐트라도 쳐 놓고 저를 불러 달라. 8월 이후 전문가들이 모여 부정부패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사람만 모아 달라”고 강조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