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인력공단(산인공)이 국가전문자격시험의 ‘공무원 시험면제 특혜’ 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세무사 시험에서 공무원 특혜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무원 특혜 철폐 공약이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특혜가 없어지기까지는 법령 개정, 공무원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무원은 시험 면제' 전면 재검토
18일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체계(나라장터)에 따르면 산인공은 지난달 29일 ‘국가전문자격시험 관리체계 개선방안 연구’란 이름의 연구용역 공고를 냈다.연구용역의 핵심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경력자 시험 면제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다. 특히 지난해 세무사 시험에서 논란이 된 ‘일반 수험생과의 형평성 여부’ ‘면제제도가 일반 수험생에게 미치는 영향’ ‘면제제도 개선방안’ 등이 주요 연구내용으로 제시됐다.
시험면제제도 재검토 대상 시험은 세무사 공인노무사 관세사 변리사 감정평가사 공인중개사 등 산인공이 시행하는 주요 전문자격 10개다. 금융감독원에서 실시하는 공인회계사와 법원행정처에서 실시하는 법무사도 대상에 올랐다. 산인공은 “이번 연구는 세무사 시험 공정성 논란에 대한 공단 측의 자체적인 후속 조치”라고 밝혔다.
연구용역 마감일은 오는 26일이고, 연구 기간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180일이다. 산인공 관계자는 “오는 10~11월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검토 결과 법령 개정 없이 시행할 수 있는 사안은 내년부터 즉각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혜 폐지’ 공약이 영향 줬나
산인공의 이 같은 대처는 지난 4일 고용노동부 감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 시작됐다. 산인공이 윤 당선인의 공약을 의식해 ‘눈치 보기’ 차원에서 제도 개편에 착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채용부문 공약에서 “채용시험과 국가자격시험에 특정인에 대한 특례제도와 가산점 제도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며 “국가자격시험 특례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채용 가산점 제도 관련 불공정성을 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산인공 계획서를 보면 윤 당선인이 공약집에서 불공정 사례로 언급한 ‘세무사 노무사 관세사 변리사 법무사 행정사’ 6개 시험이 모두 재검토 대상에 들어갔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국민의당 대선후보 시절 피해 수험생들과 함께 앞장서 공무원 시험면제 철폐를 강하게 요구해왔다.
제도 개편까지 갈 길 멀다
다만 산인공 의지와 관계없이 공무원 특혜가 폐지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세무사 노무사 등 주요 자격시험의 경우 면제제도를 개편하려면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수십년간 특혜를 누려온 공무원들의 대대적인 반발도 예상된다. 정치권이 이 사안을 법 개정 우선순위에 둘지도 미지수다.황연하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세시연) 대표는 “산인공이 세무사 시험 특혜를 없애고자 첫발을 뗐다는 점은 고무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공무원집단의 반발과 장기간의 입법과정, 법적 시비 등을 고려하면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