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 재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할 때

입력 2022-04-18 14:37
정승문 보건복지부공무원노동조합 국립재활원지부장

매일 하루를 분주하게, 그리고 정신없이 보내다가도 매년 4월의 이맘때가 되면 왜인지 모르게 생각이 많아지곤 했다. 무엇인가를 까먹고 있는 것 같은 불편한 기분에 일정이 빼곡하게 적힌 달력을 응시하면 그동안 느낀 어지러운 감정들이 한순간 해소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작게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아~ 장애인의 날!”

4월 20일 ‘장애인의 날’, 올해로 42회째를 맞는 법정기념일로써 장애인에 대한 국가와 지역의 올바른 이해를 도모하고, 또 장애 당사자의 재활 의욕 고취와 그들에 대한 복지 증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됐다. 1972년 민간단체에서 개최해 오던 ‘재활의 날’을 1981년부터 국가에서 ‘장애인의 날’로 계승하여 기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구는 2015년 249만명, 2018년 258만명, 2020년 263만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장애의 범주가 과거보다 비교적 넓어진 것, 성장 이면에 맞물린 사회문제가 야기한 장애요인 확대를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구의 지속적 증가와 함께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장애에 대한 재활로 향한다. 15개 장애유형과 관련한 다양한 치료·재활방법이 존재하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한 재활의료와 기술은 장애인의 재활 과정을 크게 돕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신체적 재활’을 말이다.

장애 당사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기능을 회복하는 신체적 재활은 당연히 필요하며 이를 위한 비약적인 기술발전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장애 당사자 그대로의 삶을 인정하고, 그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철폐하며, 궁극적으로 비장애인과 진정으로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는 ‘심리·사회적 재활’이 반드시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수많은 장애인 당사자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아직까지도 잘 잊혀지지 않는 말이 있다. “몸이 불편한건 의사든 기계든 도와주니까 괜찮아요. 그런데 저를 정말 힘들게 하는 건 1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는 누군가의 시선이에요. 누군가가 나를 규정하고 임의를 정의한다는 생각에 저 스스로의 정체성을 의심할 때가 너무 힘들어요.”

저 말을 들은 날로부터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러나 장애를 알고 이해함에 있어 우리 사회는 10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말을 아직도 종종 듣곤 한다. 장애를 인식하는 우리의 ‘패러다임’에 아주 긴 시간 동안 정체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우리 사회가 장애를 진정으로 알고, 올바르게 이해한다는 것은 장애인 당사자의 ‘신체적 재활’ 뿐만 아니라 ‘심리·사회적 재활‘의 권리까지도 함께 고민하고,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랜 시간 동안 정체되어 있던 우리 사회의 장애인식에 대한 패러다임, 이제는 극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이다(글=정승문 보건복지부공무원노동조합 국립재활원지부장).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