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해의 간 큰 여행…수배 중 지인과 수도권 돌았다

입력 2022-04-18 11:54 수정 2022-04-18 17:07
‘계곡 사건’ 피의자 이은해씨가 지난 16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계곡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가 공개수배가 내려진 뒤 버젓이 지인들과 1박2일 여행을 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여행에서 남긴 흔적은 두 사람 체포의 결정적 단서가 됐다.

18일 수사 당국 등에 따르면 이씨와 조씨는 공개수배 나흘 뒤인 지난 3일 지인의 승용차를 이용해 경기도 외곽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들은 현금이나 이씨가 갖고 있던 제3자 카드로 결제를 하며 추적을 피했다. 1박2일 여행을 마친 뒤에는 경기 오피스텔 은신처로 돌아왔다.

검경 합동 검거팀은 두 사람의 생활 환경 등을 분석하던 중 이 같은 정황을 포착했다. 차적을 조회해 여행에 동행한 지인을 조사했고, 그 지인으로부터 ‘두 사람이 3호선 삼송역 인근 오피스텔에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경은 지인 진술을 토대로 지난 13일부터 삼송역 일대 이면도로와 인근 건물 CCTV를 모두 확인했다. 이씨와 조씨가 이달 초 삼송역 인근을 돌아다니던 CCTV 장면을 포착했고, 경찰은 이를 토대로 집중 탐문을 벌여 포위망을 좁히다 지난 13일 두 사람이 은신하고 있는 오피스텔을 특정했다.

검거팀은 숨어 있는 오피스텔을 찾아냈지만, 몇 동 몇 호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해당 오피스텔은 2500여 가구의 고층 건물 대단지로 지난 2월 초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이씨와 조씨도 은신이 용이하다는 점을 노려 도피처로 해당 오피스텔을 선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거팀은 오피스텔 내부로 무리하게 진입하면 용의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해 수사 과정에서 신뢰를 쌓은 이씨 아버지를 통해 자수를 유도했다.

결국 지난 16일 오전 이씨의 아버지로부터 “딸이 자수하려고 한다”는 연락을 받았고, 검거팀은 조씨를 오피스텔 15층에서 체포한 뒤 같은 건물 22층에 있던 이씨도 붙잡았다. 이씨는 아버지에게 울면서 “죽고 싶다”고 전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거 당시 두 사람은 순순히 체포해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한 현금을 가지고 있었던 두 사람은 오피스텔에서 배달 음식을 주로 시켜 먹으며 123일간 도피 행각을 이어왔다. 추적을 피하고자 도주 전 마련한 대포폰을 이용했고 가족, 지인과는 주로 텔레그램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신처로 사용한 오피스텔은 타인 명의로 월세 100만원에 임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김창수)는 이날 거액의 생명보험금을 노리고 다른 사람과 공모해 남편을 살해한 혐의(살인·살인미수·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로 이씨와 조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거된 이들은 진술을 거부하는 등 검찰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