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해도, 혐의 벗어도 구속기간 채워야”…檢, 연이은 ‘검수완박’ 맹점 지적

입력 2022-04-18 11:01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대응책 논의를 위해 긴급 고검장 회의가 열리는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걸린 검찰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이한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을 강행하는 것에 맞서 검찰에선 해당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혐의 없음’으로 확인돼도 구속취소를 할 수 없게 됐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신동원 대검찰청 형사3과장은 18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신 과장은 “개정안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이 구속 송치한 사건이 증거부족 등으로 혐의가 없거나, 구속 필요성이 없더라도 검사가 ‘구속취소’를 할 수 없다”며 “구속 상태 그대로 기소하거나 구속기간 10일이 만료돼 석방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전에는 사법경찰관이 구속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수사한 결과 혐의가 없거나 구속 필요성이 없으면 구속기간이 끝나기 전이라도 풀려날 수 있었다.

검사의 구속취소권이 사라지는 데 따른 구체적 사례도 들었다. 신 과장은 “폭행으로 구속된 피의자가 검찰 송치된 지 하루 만에 피해자와 합의를 한다 해도, 개정안에 따라 검사는 구속 취소를 할 수 없다”고 했다. 피의자는 정해진 구속기간 10일을 모두 채워야 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구속 사건에서 검찰의 조사를 통해 혐의 없음이 밝혀져도 법안대로라면 피의자는 풀려날 수 없다고 한다. 신 과장은 특수절도 구속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사례를 들었다. 그는 “피의자가 자신은 억울하다고 해 검사가 수사기록에 첨부된 CCTV를 시청한 후 피의자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한다”며 “검사는 구속 취소 권한이 없어 사법 경찰관에게 요청해야 하는데, ‘거기는 이미 사건을 송치해서 어찌될지 알 수 없습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구속영장에 특수절도 외 경미한 다른 혐의가 포함돼 이 중 하나라도 기소된다면 피의자는 구속 상태로 계속 재판을 받게 된다”고 했다.

신 과장은 “역시나 Ctrl+F(찾기 단축키)로 ‘검사’를 ‘사법경찰관’으로 급히 바꾼 것일 수도”라며 “이번 개정안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국민의 인권을 급격히 후퇴시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충분한 고민 없이 법안을 졸속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