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회피하는 이은해… 檢 “검수완박 상태면 무죄”

입력 2022-04-18 06:11 수정 2022-04-18 10:06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왼쪽)·조현수(30)씨가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 국민의 공분을 산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가 검거 이후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회피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와 조씨를 수사 중인 검찰은 “경찰이 살인 혐의로 송치했지만 결정적 물증이 없었다”며 “검수완박 상태였다면 무죄 판결이 나올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보완수사로 추가 증거를 확보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기소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는 취지다.

인천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김창수)는 17일 오전 10시부터 이씨와 조씨를 인천구치소에서 불러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를 조사했다. 아울러 검찰은 이들이 지난해 12월 14일 검찰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전날 검거되기까지 도피를 도와준 조력자의 존재 여부와 도주 경로 등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이씨와 조씨는 검찰 조사에서 검사와 수사관의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는 등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변호인이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진술할 수 없다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고, 조씨도 제대로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조씨는 지난 16일 낮 12시25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 모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돼 인천지검으로 압송된 뒤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았다.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와 공범 조현수(30)의 얼굴 모습. 인천지검 제공

검찰은 체포영장에 따라 검거된 이씨와 조씨의 구속영장을 18일 오전 법원에 청구할 방침이다. 긴급체포나 체포영장에 의해 신병을 확보한 피의자는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거나 석방해야 한다. 검찰은 이씨와 조씨의 은신처인 오피스텔에서 압수한 휴대전화도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이씨는 내연관계인 조씨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24분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윤씨에게 계곡에서 스스로 다이빙을 하게 유도한 뒤 구조하지 않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의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같은 해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에 빠뜨려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가 사망하기 전 계곡에서 함께 물놀이한 조씨의 친구 A씨(30)도 살인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전과 18범인 그는 다른 사기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상태다.

인천지검은 이번 사건이 경찰의 재수사만으로도 살인 혐의를 입증하기에 충분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찰이 이씨 등을 살인 등 혐의로 송치했지만 결정적 물증은 없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피의자들도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어 그대로 기소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인천지검에 전담수사팀을 두고 장기간 직접수사를 해 이씨 등이 실효된 윤씨의 보험을 되살린 뒤 1차 살해 시도를 했고, 다시 보험이 실효되자 지인에게 돈을 빌려 보험을 되살린 뒤 2차 살해 시도를 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1차 살인미수 범행의 경우 경찰이 이미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을 한 이씨 등의 휴대전화를 검찰이 재차 압수한 뒤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복원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복어 독을 이용해 윤씨를 살해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만약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상태였다면 경찰이 확보한 증거만으로 기소해야 했을 것”이라며 “그러면 무죄 판결이 나왔을 사건”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